2022년판 제갈량? 우크라 나무 모형에 러시아는 미사일 퍼부었다

      2022.08.31 14:56   수정 : 2022.09.01 07: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쟁에서 가짜 모형을 만들어 적을 기만하는 행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삼국지’에서도 제갈량이 죽은 이후, 나무로 만든 모형에 옷을 입힌 ‘가짜 제갈량’이 수레에 탄 채로 적들 앞에 등장한다. 이를 발견한 적장 사마의는 혼비백산하여 정신없이 도망치게 된다.



이러한 기만작전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첨단무기의 모형을 만들어 러시아가 이를 파괴하는데 미사일을 낭비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하여 우크라이나가 나무로 만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모형을 전장에 배치했고, 이를 실제 무기로 인식한 러시아는 모형을 공격하는데 수주간 최소 10기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위치를 파악해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에 알려주는 러시아 드론의 렌즈가 모형과 실제 하이마스를 분간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무인항공기에 하이마스 포대는 VIP 표적이나 다름없다"며 러시아가 하이마스 공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초기 성과에 고무된 우크라이나는 모형을 더 만들어 배치했다고 전해졌다.

WP는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 측이 거의 매주 하이마스를 포함해 서방이 지원한 로켓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며 전과를 자랑한 게 모형을 실제 무기로 착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토드 브리아시엘 미 국방부 대변인 대행은 이달 초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원한 하이마스는 모두 무사하다며 "쇼이구 장관의 최근 주장을 인지하고 있으나 그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의 조지 배로스 군 연구원은 “러시아가 하이마스를 타격했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하이마스를 타격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하이마스 모형을 타격한 후 전투피해평가(BDA)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가짜 하이마스 모형을 활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국인 우크라이나가 장기간 지속되는 포병전에서 더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러시아의 로켓과 미사일 화력을 소모 및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연구원은 "가짜 하이마스에 발사한 칼리브르 미사일은 러시아가 그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에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총 16대의 하이마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가 모형까지 만들 정도로 하이마스를 보호하는 데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 무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하이마스의 사거리는 50마일(약 80km)로 러시아 병참선과 무기고, 물류 허브 등 고가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 우크라이나가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전진을 늦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