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러 가스프롬 "가스 받으려면 제재 풀어라"(종합)
2022.09.01 12:06
수정 : 2022.09.01 20:01기사원문
"100년치 매장량…공급 줄어도 가격올라 실적 좋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에너지무기화 논란의 핵심인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정상화하는 전제로 서방의 제재 해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CEO는 31일(현지시간) "상대가 너무 많은 제재를 부과해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 지멘스는 가스 펌프질 장비를 정기적으로 정비할 기회가 없다"며 "단순히 말해 지멘스는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가스프롬과의 계약에 따라 가스관 터빈을 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간 러시아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막아 유럽에 공급을 감축하거나 차단할 때마다 정비를 공식적인 이유로 들었다.
특히 서방의 제재 탓에 지멘스의 부품 공급이나 서비스가 부실해져 문제가 심해진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대통령실도 전날 노르트스트림-1을 완전히 가동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가 서방의 제재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1의 가압시설을 정비하기 위해 8월31일부터 9월 3일까지 독일 공급을 또 중단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유럽의 높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악용해 공급조절로 서방에 경제적 공격을 가한다고 의심한다.
지멘스 에너지는 최근 천연가스 공급 차단이 가압시설 정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업체는 "그런 정비는 명백하게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 기술진은 (가스프롬의) 요청, 주문이 있으면 바로 정비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가스프롬은 자국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100년치에 달하며 설사 공급량이 줄어도 가격이 올라 매출은 유지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밀러 CEO는 석유·가스산업 근로자의 날을 맞아 열린 회의에서 "현재 개발 중인 가스전 중 일부가 2120년까지 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러시아의 고객들은 저렴하고 믿을 만한 에너지 공급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독립국가연합(CIS) 이외 국가 등 해외 시장에 대한 가스 공급이 줄었지만, 현재 계산으로는 올해 가스프롬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무적 성과는 회사가 전략적 투자 사업을 실행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1천㎥당 3천 달러(약 403만 원)를 오르내리는 유럽 가스 가격이 가을과 겨울에는 4천 달러(약 538만 원)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거듭 언급했다.
가스프롬의 부사장 파밀 사디고프는 제재와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에도 올해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이 나란히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가스프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5천억 루블(약 55조 원)에 달했다.
가스프롬의 지난해 매출은 10조2천410억 루블(약 228조 원)로, 전년 대비 62% 증가하는 등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가스프롬은 유럽에 대한 러시아산 가스의 수출을 주도하면서 러시아의 전비 충당과 에너지 무기화를 맡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밀러 CEO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