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부품사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고속철도 차량 입찰 안돼"

      2022.09.01 14:42   수정 : 2022.09.01 14:42기사원문

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해외 업체의 국내 고속철도 시장 진출과 관련해 입찰 제도 개선 등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경쟁을 명분으로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차량 사업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국내 철도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호소문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등에 전달했다.

호소문에는 191개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국내 업체들이 호소문을 낸 것은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인 '탈고'가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7일 입찰 공고 예정인 오송선 고속차량 'EMU-320'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비대위는 “최근 고속차량 발주 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조건이 완화되면서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발주 물량이 해외 업체에 몰릴수록 기술 자립은커녕 해외에 종속이 될 것이고 이는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탈고는 동력집중식 고속차량 제작 업체로 코레일이 입찰에서 요구하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제작·납품한 실적은 전무한 상태"라며 "하지만 국내 입찰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자격 요소 문턱이 낮아지면서 아무 제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속차량 이전에도 기존 일반 전동차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기술력이나 품질이 아닌 최저가가 우선되는 난데없는 ‘치킨 게임’이 벌어졌다”며 “완성차 제작사들은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해 단가를 낮춰 입찰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고, 국내 부품제작사들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입찰 제도의 폐해를 설명했다.

국내 철도차량 입찰 제도는 응찰가를 가장 낮게 적어낸 업체가 수주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이 제도가 입찰 업체의 기술력이나 과거 납품 실적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정작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 안전과 편의를 살피지 못한다는 논란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비대위는 "입찰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저가 중국산 부품 사용 확대로 인해 국내 부품 시장 침체는 진행돼 왔다"며 "한국이 세계 4번째로 고속철도를 상용화한 철도 선진국으로 거듭나기까지 국내 철도부품사의 사명감과 희생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만큼 국산 기술이 퇴색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고속차량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은 저마다 입찰 문턱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철도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철도 산업의 근간으로 ‘철도 주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품제작사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내 시장을 보호해 달라”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