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동굴 신비에 빠지다, 우도일몰 여운에 물들다
2022.09.02 04:00
수정 : 2022.09.02 04:00기사원문
■1만년 불의 숨결 따라 걷기
화산섬 제주도에는 총 8개의 용암동굴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만장굴이다. 제주 말로 '아주 깊다'는 의미에서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왔다. 만장굴의 생성을 두고 과거에는 10만~20만년 전이라는 추측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약 8000년~1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장굴은 제주도의 1시 방면, 구좌읍에 위치한다. 제주도 대표 관광지로 4000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1㎞ 구간 동안 거대한 동굴을 탐험할 수 있다. 평균 온도는 12도 내외로 한 여름에도 한기가 돌 정도다. 동굴 내부 습도는 99%지만 기온이 낮아 불쾌한 느낌은 전혀 없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구간은 만장굴의 일부 구간이다. 만장굴은 크게 1~3구간으로 나뉘는데 2구간을 제외한 1, 3구간은 훼손 방지를 위해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1, 3구간도 오는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2022 제주세계유산축전' 기간에만 특별히 공개된다. 사전 신청을 통해 9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12명의 탐험대는 이 기간 전 구간을 탐험하고, 향후에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8월 24~25일 세계유산축전 준비위원회는 기자들에게 만장굴 1, 3구간, 김녕굴, 벵뒤굴 등 평소에는 비공개 되는 제주도의 속살을 공개했다.
만장굴 1, 3구간에서는 8000년 전 용암의 흐름을 더 뚜렷이 살펴볼 수 있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U'자형으로 굳어진 바닥의 흔적은 용암이 위에서 아래로 흘렀다는 증거다. 만장굴은 높이 18m, 폭이 25m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용암동굴로 매우 희소하다. 세계유산본부 기진석 학예연구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네스코 유산은 약 1100여개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15개가 등록됐다"며 "만장굴과 같은 대형 용암동굴 지형은 하와이를 제외하고 매운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벵뒤굴의 경우 화산 분출 당시 지표가 평평해 동굴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일부 구간의 경우 성인 1명이 기어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구조가 복잡했다. 라이트와 휴대폰의 불빛을 끄자 바로 앞의 손도 볼 수 없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지하수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만 유독 크게 들렸다.
전체가 화산섬인 제주도는 용암동굴 외에도 곳곳에서 각종 오름들을 만날 볼 수 있다. 김상수 '불의 숨길, 만년의 시간을 걷다' 프로그램 운영단장은 "제주도에는 약 380개의 오름이 있는데 각 오름마다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기생화산의 제주도 말인 오름을 썼지만 현재는 (개별 화산이라는 뜻의) 소화산체라는 말을 쓴다"고 설명했다.
■성산일출봉에서 보는 일출, 세계유산축전까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세계유산축전은 제주도와 함께 경북(안동·영주), 수원 화성 등 총 3곳에서 개최된다. 특히 제주 일출 명소인 성산일출봉에서는 10월 15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대미를 장식하는 기념식도 열린다.
세계유산축전 기간 제주도의 용암동굴, 거문오름 등 사전 선발된 탐험대가 도보 여행을 마무리 짓는 곳도 성산일출봉이다.
강경모 세계유산축전 제주 총감독은 "개막식과 폐막식에 예산을 쓰기보다 기념식을 통해 제주도라는 천연 자연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며 "성산일출봉 기념식 장에는 수원 등 다른 지역의 유산축전을 홍보하고, 조각 작품 등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 개최 날짜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성산일출봉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이른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약 30분가량을 오르면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출 명소 성산일출봉과 함께 섬 안의 섬 '우도'에서 즐기는 일몰도 빠뜨릴 수 없다.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주도 성산포항 혹은 종달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우도 안에서는 대부분 전기차나 전기자전거 등을 이용한다. 하지만 우도에서 숙소를 잡고 1박을 할 경우 렌터카를 싣고 가는 것도 가능하다.
우도해변 제4경 중 2경인 서빈백사 해변은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에게도 유명한 일몰 명소다. 홍조 단괴라는 바다 식물의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해변 벤치에 앉아 수면 아래로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도 좋다.
서빈백사 해변의 일몰이 여의치 않다면 제주도 내 최고층 건물인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최고층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일몰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38층에 위치한 '포차'의 창가쪽에 앉으면 제주도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잠실에 롯데타워가 있다면 제주에는 '포차'가 있다. 일몰 시간에는 식당의 조명을 꺼줘 붉은 노을을 입은 바다가 해를 삼키는 장면을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hwle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