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들면 죽는다?'… '철벽방어' 유전자가 있었다
2022.09.04 11:35
수정 : 2022.09.04 11: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나이들면 철든다', '철들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 인체공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뇌에 철이 쌓이는데, 일부는 그 독성으로 뇌세포를 죽여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권태준·조형준 교수팀이 뇌조직에 철이 쌓여도 독성을 해소해 뇌세포를 보호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권태준 교수는 4일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들이 노화와 관련된 퇴행성 신경질환과 철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철 같은 중금속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독성을 가지는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거나 DNA를 손상시키기도 하며, 세포를 죽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뇌 특정부위에 철이 쌓이는데 모든 사람이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15개월 된 늙은 쥐와 6개월된 어린 쥐의 뇌조직을 분석했다. 특히 중뇌에서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뇌조직 '흑질' 부분을 자기공명기술(MRI)로 촬영해 살펴보니 나이가 많을수록 흑질에 철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흑질 부분에 철 농도가 높아지면 이 유전자들이 반응했다. 이 유전자들의 반응을 막자 철이 쌓이면서 죽는 세포들이 늘어났다. 즉 두 유전자가 노화에 따른 철의 축적에서 뇌세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형준 교수는 "철을 측정할 수 있는 MRI와 철에 대한 세포의 대응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능 유전체 기술을 접목해 노화에 따른 철의 축적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 출판사인 와일리의 '에이징 셀(Aging Cell)'에 게재될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