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돌변하는 '기업사냥꾼'.. 외국계펀드 3년새 2700개 늘었다
2022.09.05 05:00
수정 : 2022.09.05 09: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외국인은 개인, 기관과 함께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3대 축이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는 5만2000명에 가까워지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특히 ‘펀드’가 그 절반을 차지한다.
외국인 기관투자자 65%가 '펀드'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7월말 기준 금감원에 등록(취소 포함)된 외국인투자자는 5만2012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2019년(4만8058명), 2020년(4만9256명), 2021년(5만1031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투자자 유형 중 집합투자기구(펀드)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 7월말 기준 2만5776명을 기록하며 전체 49.6%, 전체 기관(3만9641명) 중에선 65.0% 비율을 나타냈다. 개인(1만2371명)은 물론 연기금(2338명), 투자매매·중개업자(1014명), 은행(767명), 보험사(534명) 등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최근 미국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던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ISDS)’에서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 배상 판결이 난 시점에서 이 사실은 관련 우려를 키운다. 2만5000개 넘는 외국계 펀드가 국내 시장에 들어와있는 만큼 이 같은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을 상대로 제기된 ISDS 10건 중 론스타 건을 포함해 4건이 종료됐고, 6건이 남았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7월 제기한 7억7000만달러 규모 소송도 현재진행형이다.
또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 캐피탈 매니지먼트도 같은 이유로 2억달러 규모 ISDS를 제기했고, 스위스에 본사를 둔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정부에 낸 1억9000달러 ISDS도 끝나지 않았다.
외국인투자자는 외국계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 유입을 비롯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공매도 같은 이슈에서도 거론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주체로 지목되며 개인투자자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14조6627억원을 넘는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공매도 합산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3조8101억원 수준이다.
국적별 투자 3위 케이맨제도, 어떤 곳?
외국인투자가를 국적별로 보면 단연 미국 입김이 세다. 미국이 7월말 기준 1만6950명으로 1위다. 2019년말(1만5840명) 대비 1000명 넘게 늘었다. 일본(4391명), 케이맨제도(3879명), 캐나다(3166명), 영국(3026명)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대국들 사이 케이맨제도가 눈에 띈다. 케이맨제도는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국령 섬나라(인구 약 6만명)로 대표적 조세회피처로 꼽힌다. 개인·법인에 대한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을 부과하지 않거나 세율이 극히 낮고 기업 규제가 적은 게 특징이다. 금융거래 익명성도 보장된다.
대개 인수합병(M&A)을 위한 투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듯 조세회피처에서의 투자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비교적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의 목적을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신고 기준 110억8600만달러(약 14조4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케이맨제도로부터 흘러들어온 자금이 15억4600만달러다. 전체 13.9%를 차지하는 셈으로, 미국(29억4600만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