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지 않는 채솟값…태풍까지 '설상가상'
2022.09.05 05:01
수정 : 2022.09.05 08:51기사원문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지난달에도 채소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주요 품목 중 고구마를 제외한 전 품목의 가격이 전년 대비 오르면서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제11호 태풍 '힌남노'까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면서 9월 채소가격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 중 채소류 가격은 전년 대비 27.9% 상승했다.
채소류 물가는 올해 2월(이하 전년 동월 대비 -8.3%), 3월(-10.4%), 4월(-5.4%)은 안정적이었다. 그러다 5월(0.2%), 6월(6.0%) 상승세로 전환한 후 7월(25.9%)과 8월(27.9%) 급등했다.
지난달 전국에 폭염이 이어진 것에 이어 수도권과 강원,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작물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 보인다. 지난달 통계청이 조사하는 26개 품목 중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것은 고구마(-21.1%)가 유일하다.
나머지 25종의 가격은 모두 상승했다. 특히 마늘(8.1%), 고사리(8.1%), 버섯(6.5%), 브로콜리(6.1%), 콩나물(5.0%) 등 5종만 한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중 20종은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특히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3%), 열무(54.3%), 파(48.9%) 등 대부분의 상승률이 높은 편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 2일 8월 소비자물가 동향 브리핑에서 "채소 가격이 상당히, 20%대 이상 올랐다"며 "지난달에 기온도 예년보다 매우 높았고 비도 많이, 그리고 자주 왔다"고 설명했다.
이달 채소가격 전망도 불투명하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1360원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경남권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돼 작황에 추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단 정부는 추석을 맞아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정부 비축,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주요 성수품(20개)을 평시 대비 1.4배 수준으로 확대·공급하고 있다. 총 공급 계획물량 23만4000톤 중 지난 1일 기준으로 78.1%인 18만2000톤이 공급됐다. 나머지 물량도 추석 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가격이 높은 일부 농산물(배추, 무, 양파, 마늘, 감자)과 관련, 정부 비축물량 및 농협 계약물량을 활용해 3905톤을 지난달 31일부터 8일까지 추가 공급하고 있다.
해수부는 5~8일 명태 332톤, 오징어 202톤, 고등어 107톤, 갈치 165톤 등 최대 1000톤을 추가 공급한다.
대형마트는 5일, 전통시장은 6일부터 이들 수산물을 시중 가격보다 최대 30% 할인해 판매한다. 또 태풍 힌남노로 인해 성수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배수로 정비, 시설 보완 등을 진행하는 한편 배추·무·사과·배 등에 대해서는 조기수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말부터 실질적으로 태풍 대비 태세를 가동했다. 윤 대통령은 전 부처 장관·기관장이 화상으로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태풍 대비사항을 점검했다.
각 부처도 태풍 준비태세로 들어갔다. 행정안전부는 3일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태풍·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해수부는 4일부로 비상대응기구를 최고단계인 3단계(비상대책본부)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전통시장 방문 등 예정했던 외부 일정을 태풍 등의 영향으로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