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 헛물 켠 베이징증권거래소
2022.09.06 18:12
수정 : 2022.09.06 18:12기사원문
6일 증권일보 등 중국 경제매체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베이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 모두 110곳이다.
공모를 통한 상장기업의 누적 자본 조달은 235억위안을 넘었다. 평균 자본 조달액은 2억1000만위안이다. 자격을 갖춘 투자자 수는 설립 발표 이전의 3배에 가까운 513만개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첨단장비제조업, 차세대정보기술, 신소재, 에너지신산업 등 업종을 중심으로 새로 상장된 기업의 2021년 매출은 161억5400만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평균 29.50% 성장했다. 순이익은 13억5400만위안으로 평균 23.93% 늘었다.
신규 상장사 가운데 8개는 국가급 전정특신(전문·정밀·특성화와 혁신성을 갖춘 중소기업) '작은 거인(小巨人)' 기업이다. 신규 상장사의 지난해 평균 연구개발(R&D) 비중은 4.65%, 기업당 R&D 규모는 최대 1억61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증권일보는 "경영실적을 보면 상장회사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순이익은 향상되는 단계"라며 "베이징증권거래소는 기술과 자본의 통합을 촉진하고 혁신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이징증권거래소를 만든 취지를 고려하면 실질적 효과를 기대 만큼 성장시켰는지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이 거래소는 당초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미국에 대한 대응의 이중포석이 깔린 것으로 평가됐다. 우선 3연임을 앞두고 경제까지 움켜쥔 '완벽한' 1인 독주 체제를 위해 상하이·선전 외에 또 하나의 거래소를 출범시켰다는 해석이 있다.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을 경제·금융을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가 아니라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식 축사에서 자신이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소재·부품·장비에서 제재하고 미국 증시에서 중국기업을 퇴출시키려 하자 반격용으로 만들었다는 진단도 나왔다. 시 주석이 직접 지원·육성시킨 혁신기업으로 기술 분야에서 자력갱생하고 국내 기술주 상장을 통해 외부자금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원대한 포부치고는 성적표는 걸음마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6월 기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은 25조8500억달러(약 3경 5156조원), 나스닥은 17조3600억달러(약 2경3662조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베이징증권거래소 수준은 각각 이들의 0.11%, 0.17%에 불과하다.
상하이증권거래소 7조3700억달러(약 1경23조원), 선전증권거래소 5조2800억달러(약 7181조원), 홍콩증권거래소 4조9700억달러(약 6759조원)다. 중국의 다른 거래소와 견줘도 각각 0.39%, 0.54%, 0.58%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이들 거래소는 각국 인플레이션 심화와 미국발 금리인상, 코로나19 재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혼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충격을 받아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지난해 9월초 설립됐지만 출범은 11월 15일에 이뤄졌다. 이후 신규 상장된 기업은 32개에 머물렀다. 발전 잠재력이 크고, 중국정부의 대대적 지원에 혁신기업이 몰릴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