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투자 다 끊겼다…돈줄 마른 비상장벤처
2022.09.06 18:27
수정 : 2022.09.06 20:57기사원문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대표 A씨는 2년 전에 비해 투자자금이 크게 줄어 고민이다. 당시 기준으로 개발자 인건비 등 사업예산을 맞춰놨기 때문이다. 도약을 위해선 사업영역을 넓혀야 하는데 현재 자금사정으론 벅차다. A씨는 "VC들이 기업가치에 비해 저렴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하길 원한다"며 "투자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불안해했다.
■'돈맥경화' 빠진 벤처업계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는 '제2의 벤처붐'이 불었다고 할 만큼 벤처투자 열기가 뜨거웠으나 올해는 빠르게 식어가는 모양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7월) 기준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8368억원으로 전년동기(3조659억원) 대비 72.7%가 줄었다. 기간을 넓히면 투자 감소세는 더 확연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VC 투자액은 4조61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조6072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올해 2·4분기 투자액(1조9234억원) 역시 직전분기(2조827억원)보다 1593억원 감소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다.
벤처투자액 급감은 금리인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VC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됐다. 유동성이 풍부할 땐 투자여력이 크지만 반대의 경우 투자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규모도 쉽게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부진한 증시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증시가 위축되다 보니 기업이 상장에 성공해도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투자금 회수 여부가 미지수다. VC업계 관계자는 "더 안정적으로 실적이 나오는 기업에 한정해 투자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펀드매니저 "비상장, 살 동기 없다"
간접투자 창구도 좁아지고 있다. 한껏 기대를 모았던 기업공개(IPO) 예정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마당에 상장 후 시세차익 획득을 목표로 삼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투자유인이 줄어들어서다.
올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3월에는 보로노이가 IPO 계획을 취소했고 5월에는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3개 기업이 잇따라 IPO 대열에서 이탈했다. 현대오일뱅크(7월), CJ올리브영(8월)도 마찬가지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비상장주식은 사실상 상장을 노리고 투자하는 게 전부"라며 "대어급들의 상장이 취소·연기되는 등 IPO 시장이 냉각되면서 그 동기가 상실되는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비상장주식 시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올 8월까지 K-OTC의 거래대금은 6012억원으로 전년동기(9889억원) 대비 39.2% 축소됐다. 비제도권인 비상장주식 플랫폼에 대한 투자자 보호조치가 강화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7월부터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개인이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각각 456개에서 57개로, 174개에서 30개로 각각 줄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병행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VC가 투자한 비상장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펀드 출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