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환경 구실로 충전기 빼고 판 아이폰 '판매 금지'

      2022.09.07 15:49   수정 : 2022.09.07 15: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0년부터 환경보호를 내세우며 아이폰 구성품에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빼버렸던 애플이 브라질에서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현지 소비자 기관과 규제 당국은 애플이 “불완전한 제품”을 판매했으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겼다고 강조했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 등 외신들에 따르면 브라질 법무·공공안전부는 6일(현지시간) 애플 브라질 법인에게 ‘아이폰 12’와 ‘아이폰 13’ 모델을 판매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통신 기기 등록을 취소했다.

동시에 이전 제품이라도 충전기 없이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현지 당국은 동시에 애플에 1227만5500헤알(약 32억358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해당 금액은 애플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25% 줄어든다.

브라질 당국은 애플이 아이폰 제품 구성에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빼고 팔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고 보고 있다. 브라질 상파올루주의 소비자 보호 기관은 이미 지난해 3월에 같은 이유로 애플에 200만달러(약 27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당시 당국은 애플이 “충전기 없이, 불공평한 조건으로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광고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20년 아이폰 12 출시와 함께 기본으로 제공하던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제품 구성품에서 제외하고 USB-C 단자를 애플 자체 표준인 라이트닝 단자에 연결하는 케이블만 제공했다. 애플은 해당 결정에 대해 충전기 등 불필요한 제품을 구성품을 줄이면서 아이폰이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제품 상자를 작게 줄여 탄소 배출을 축소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플은 구성품을 빼고도 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영국 시장분석업체 CSS인사이트에 따르면 애플은 약 2년 동안 스마트폰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해 약 8조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삼성전자 또한 지난해부터 일부 갤럭시 제품 상자에 애플처럼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하고 USB-C 케이블만 넣었다.

브라질의 소비자 보호 단체인 세나콘은 이번 판매 금지 조치에 애플이 충전기를 구성품에서 제외하면서 “불완전한” 아이폰을 판매했고 소비자에게 추가 구매 부담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애플이 정말 아이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싶었다면 독자 단자인 라이트닝을 버리고 USB-C 단자를 전면 도입하는 등 다른 대안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충전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애플에게 아이폰 판매시 충전기와 이어폰을 넣으라고 지시했으나 올해 법 개정으로 더 이상 이를 요구할 수 없게 됐다.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발표에서 2024년까지 유럽 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휴대용 전자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로 통일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며 브라질도 비슷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애플은 언론 매체에 보낸 e메일에서 이번 조치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플은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지구와 인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충전기는 아연과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이를) 제품 박스에서 빼면서 연간 50만대의 자동차가 도로에 배출하는 것과 같은 양의 탄소를 줄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애플은 "유사한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브라질 소비자보호기관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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