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창투 ETF부터 BDC까지… 벤처 자금줄 다변화 모색

      2022.09.07 18:11   수정 : 2022.09.07 20:16기사원문
전 세계 긴축 기조와 경기침체 여파로 비상장 벤처기업을 향한 투자심리는 살얼음판이다. 특히 비상장기업 투자는 문턱이 높다. 개인 투자자들이 상장기업 대비 정보가 부족해 분석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시장에서 촉망받는 종목은 구하기 어려운 탓이다.

간접투자 수단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ETF와 함께 벤처·혁신기업 투자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 출시와 제도 개선으로 비상장벤처의 자금조달 통로가 열리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비상장 벤처투자 ETF가 자금줄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5월 상장한 'KBSTAR Fn창업투자회사'는 다수 창업투자회사(창투사)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ETF다. 창투사는 잠재력을 지닌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한 후 보유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노리는 수익구조다. ETF에 투자하면 간접적으로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금을 키우는데 일조하게 된다.
이달 6일 기준 우리기술투자, SBI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 SV인베스트먼트 등을 편입하고 있다.

지난 7월 증시에 입성한 'ARIRANG K-유니콘투자기업액티브'도 비상장사에 자금이 흘러가는 길목에 있다. 이 상품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하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유니콘기업 지분을 갖는 상장사에 투자한다. 펀드가 비상장사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없어 두 단계를 거쳐 투자금을 흘려보낸다. 결과적으로는 자금 조달에 기여하는 셈이다.

김정훈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 팀장은 "ETF가 불어나면 창투사의 자금 여력이 커지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간접적으로 벤처기업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도 "ETF가 유니콘을 담은 기업에 투자하고 유니콘기업이 기업공개(IPO) 등의 이슈가 있을 때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 ETF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직접적인 자금조달 창구는 아니지만 선순환 투자 구조가 갖춰진 셈"이라고 짚었다.

■ 창투사, 신기사 등 투자 기지개

대표적으로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창투사,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사모펀드(PE) 등도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다만 창투사보다는 신기사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짙다.

신기사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융자업무를 한다. 자본금 요건에서 창투사보다 까다롭지만 투자대상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창투사는 벤처인증을 받은 기업에 일정비율 이상을 투자해야 하나 신기사는 큰 제약이 없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가 허용됐다. 이후 동원그룹, GS그룹, 포스코그룹 등이 신기사 설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모펀드의 경우 불신이 여전해 조심스러운 단계이나 몸집은 차츰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원본은 546조9425억원으로 올해 초(500조9909억원) 대비 9.2% 증가했다.

■개인도 내년 BDC 투자 가능할 듯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도 비상장사 투자 활성화 장치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5월 BDC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2019년 10월 BDC 도입 발표 이후 3년 만에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조속히 국회 의결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일반투자자의 BDC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BDC는 자산의 일정비율 이상을 벤처·혁신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환매금지형(폐쇄형)으로 운영해 기업이 장기적·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순수 민간자본으로 자금이 구성되며 공모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도 가능하다.

투자금 회수가 용이하도록 상장을 통한 환금성도 높이기로 했다. 자금이 묶이는 탓에 투자를 꺼려하던 일반투자자 접근성이 향상되는 셈이다. 특히 자산총액 20% 이내를 동일기업에 투자하는 조건이 있어 최소 5개 회사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도 있다.


기존 모험자본의 경우 VC 등은 재정 지원을 받거나 초기·창업기업 중심으로 소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모펀드는 수시 환매가 전제돼 환금성이 낮은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고 기관전용사모펀드에는 일반투자자 참여가 금지되는 한계가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VC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국내에 도입된 적 없는 제도로, 모험자본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적절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VC뿐만 아니라 PE, 재간접펀드까지 포괄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수월한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이주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