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엄마 껌딱지' 아들이 남긴 마지막 말
2022.09.08 04:00
수정 : 2022.09.08 06:55기사원문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중학생 김모군(15)이 어머니 김모씨(52)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7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군은 전날 태풍 '힌남노'로 인한 기록적 폭우로 지하주차장이 침수할 당시 몸이 아픈 어머니를 돕기 위해 주차장에 갔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어머니 김씨는 실종 신고 약 14시간 만인 6일 밤 9시41분쯤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아들 김군은 끝내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머니 김씨는 주차장 천장 30cm 아래 설치된 배관 위 '에어 포켓'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주민 9명 중 두 번째이자 마지막 생존자다.
포항의 한 병원에서 만난 김군 아버지는 설명한 당시 상황에 따르면 김군과 어머니는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내기 위해 차량에 올라 탔지만 금세 차오른 물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차문이 열리지 않자 김군이 밖에서 차문을 열고 어머니를 빼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급박한 상황에서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지하주차장에 있던 다른 주민들과 함께 아들을 내보냈다. 자신은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러워서였다.
김군은 어머니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사라졌다. 이것이 엄마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김군은 7일 밤 0시 35분께 지하주차장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김군 아버지는 "집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며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김군의 친구 최모군은 "비가 그치면 아침에 만나 같이 놀자고 서로 문자를 했는데 말 없이 떠나 너무 슬프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 김씨에게 아들의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이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어머니 김씨와 30대 남성 등 최초 구조된 주민 2명은 실종 13시간여 만인 6일 오후 8~10시 기적처럼 생환했지만, 김군 등 뒤이어 발견된 실종자 7명은 모두 사망 추정 상태로 발견됐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포항의료원에 마련됐다. 빈소는 현재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과 친인척들의 슬픔으로 가득 차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