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 감축법, 尹정부 첫 외교 시험대
2022.09.08 18:04
수정 : 2022.09.08 18:04기사원문
그러나 2010년 이후 협공의 주체는 미·중으로 넘어갔다. 산업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파상공세에 미국은 기술패권을 사수하기 위한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한국은 북핵대응 차원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결정했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한때 중국 유통업계 1위를 꿈꿨던 롯데는 수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철수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 중산층의 로망이던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은 화웨이, 샤오미 등에 완전히 밀려났다.
미·중 간 경제전쟁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확전 양상이다. 자유경제의 수호자였던 미국마저 트럼프 정부를 기점으로 자국우선주의를 노골화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해외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 집중한 건 그나마 나았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정책을 표면화했다. 그 중심에 반도체와 배터리가 있다. 두 분야 모두 한국이 세계 시장을 제패했거나 선두에 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투자지원을 받은 기업은 중국 내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당장 영향권이다. 두 회사는 중국 시안과 우시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반도체 시황에 맞춰 중국 공장의 추가 증설을 해야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언감생심이다. 배터리 분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자국 내 생산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독한 무역규제 장벽이다. 당장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테슬라보다 1000만원 정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미국 내 생산을 하더라도 배터리 핵심 광물과 부품도 중국산 사용 시 보조금을 못 받는다.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주원료인 흑연의 95%가 중국산이다. 대체 불능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핵심 광물 규제 시 테슬라 등 미국 완성차업체의 타격도 불가피한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우리 정부는 협상단을 꾸려 미국을 설득 중이지만 결과는 난망이다. 그래도 윤석열 정부가 외교시험대를 넘는 깜짝 선물을 들고 오길 바랄 뿐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