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드롬 ‘최고 가성비’ 이태호 돌풍!
2022.09.09 08:32
수정 : 2022.09.09 08: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광명=강근주 기자】 경륜이 게임적인 요소가 성립될 수 있는 조건은 승패가 단순히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각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전만 잘 쓴다면 얼마든지 순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반면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라인-연대 세력이 부족하면 제약이나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물론 임채빈과 같이 특출난 기량을 갖춘 선수는 예외라 하더라도 당장 임채빈이 뛰는 경주 2, 3착은 고스란히 이런 법칙이 적용된다. 스포츠를 즐기는 팬은 대체로 기량은 열세이지만 불굴의 투지,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선수나 팀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최근 벨로드롬에 그런 존재가 있다면 단연 이태호(20기, 신사)를 꼽을 수 있다. 아마 시절 그리고 훈련원(졸업성적 10위)에서조차 중위권이던 이태호가 현재 S1반에서 당당하게 활약할지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이태호는 프로 데뷔 후 급격한 변화보다는 자기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 부분을 끊임없이 연마했다. 급기야 7월17일 부산 대상경주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임채빈 그리고 유력한 동반입상 후보였던 김희준-정재원을 밀어내고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첫 대상 입상이다.
경기 후 스포원 방송팀은 이례적으로 2위 선수에게 공식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그만큼 핫한 선수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경륜 팬은 요즘 뻔할 것만 같은 흐름을 반전시키는 이태호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골인 후 객석 여기저기서 갈채가 쏟아지며 각종 경륜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태호 관련 후기들과 함께 극찬이 쏟아졌다.
경륜 전문가들은 “강축에 득점 2, 3위가 아무 저항 없이 그 뒤를 따르는 식상하고 단순한 전개를 터부시하는 이태호 모습에서 팬은 신선함과 동시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태호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상대가 누구이든 또한 특정 라인이 아무리 강력해도 주눅 들지 않는 ‘불굴의 투지’다. 특선급은 SS반을 중심으로 2진급까지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있다. 마치 퍼즐 조각처럼 축 그리고 초반 후위를 확보할 마크 선수가 주로 득점이나 인지도, 지역 친분 등으로 맞춰지기 때문이다. 이런 틀을 깨기는 마음먹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이태호는 과감하게 또 저돌적으로 들이대고 주된 전법을 여지없이 구사한다. 쟁쟁한 2진급 마크맨들이 이태호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경우는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또 그 과정이 극적이다.
두 번째는 수준 높은 테크닉이다. 이태호가 마크를 빼앗는 타이밍은 가히 동물적인 감각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절묘하다. 0.1~1초 사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특히 가성비가 무척 좋다. 흔히 몸싸움을 즐기는 선수는 낙차를 유발시켜 안팎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태호는 2019년 12월 이후 낙차도 없었거니와 직-간접으로 관여한바가 없다. 공포 대상이 아니라 효율성 뛰어난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갑인 선수란 표현이 더 맞다.
실제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최근 두 달 동안 이태호가 팬으로부터 받은 평균 인기순위인 기대 성적은 3,1위인데 실제 성적은 2, 3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특선급에서 가히 최고 중 최고다. 인기는 높지만 실제 성적은 턱없이 부족한 이른바 ‘먹튀’ 선수들과 매우 대조되는 부분이다.
세 번째는 마크형이란 한계에도 전제 라인을 좌지우지할 만큼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속도를 올려야할 때 상대 또는 반대 라인을 막아내거나 내 외선에서 누르고 밀어올리는 능력이 남다르다. 단순히 한두 선수 밀어내기가 아니라 많게는 네다섯 명을 상대로 멋진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엇비슷한 부류의 마크형뿐만 아니라 선행력 축들까지 긴장시키는데 경기 초반 상대 선수들 평정심 깨기가 시작이고 또한 이태호만 가진 장점이기도 하다. 이런 강점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에서 나온다. 동료 선수들은 이태호가 하루도 빠짐없이 실시하는 강훈에 혀를 내두른다. 경륜 전문가들은 이태호를 가리켜 강광효-김철석-김우년-박일호 이후 맥이 끊긴 벨로드롬 테크니션 계보를 잇는 당당한 한 축이라 호평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