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체육지도자 자격 박탈..1·2심 엇갈린 판결

      2022.09.09 09:13   수정 : 2022.09.09 09: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사실을 뒤늦게 문제삼아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배준현 이은혜 배정현)는 A씨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상대로 "체육지도사 자격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2년 8월 생활스포츠지도자 자격 3급(이후 2급으로 승급)을 취득한 A씨는 그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의한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2014년 5월 출소했다.



문체부는 6년이 지난 2020년 A씨가 형을 살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했다. A씨가 국민체육진흥법이 규정하는 자격 취소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종료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형집행 종료 2년이 지나 국민체육진흥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형실효법에 따라 형집행 종료 후 5년이 지나 형의 선고에 의한 법적효과가 사라졌다며 이미 효력을 잃은 형의 선고를 근거로 자격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체부는 국민체육진흥법상 결격사유 조항은 '행정청이 인식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맞섰다. 또 A씨의 범죄사실을 알지 못했던 행정청은 취소처분에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 출소 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정부가 2019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사면·복권했지만 과거 위법행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은 변함 없으며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에는 소급효과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재판부와 달리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체육진흥법은 '금고 이상의 형 집행 종료 또는 면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라는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자격취소 사유로 규정할 뿐 행정청의 자격취소처분 당시까지 결격사유가 유지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형실효법에 따라 원고의 형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경과해 형의 선고에 의한 법적 효과가 소멸됐더라도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사실의 모든 효과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격취소 처분 전에 형의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결격 사유가 발생한 이상 자격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앞서 A씨 측은 국민체육진흥법이 이같은 제척기간(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하여진 존속기간)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을 두고 문체부가 기간의 제한 없이 언제든 자격 취소 처분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각각의 권리행사 기간은 입법자가 정책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국민체육진흥법에서 제척기간을 규정할지 여부와 구체적인 권리행사 기간은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원심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1심 재판부는 "자격 취소처분 이전에 형의 집행을 종료한 날부터 5년이 지나 형실효법에 따라 형의 효력이 상실됐다"며 결격사유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이 실효돼)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과거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면 문체부는 언제든 지도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며 "피고의 주관적 인식과 처분 여하에 따라 자격취소 여부가 결정돼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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