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출신 '윤핵관' 두 시선…"지역발전 적기" vs "얼굴이 화끈"
2022.09.11 05:02
수정 : 2022.09.11 05:02기사원문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욕을 좀 먹더라도 이럴 때 최대한 지역을 발전 시켜야지."(강릉 거주 70대 김모씨)
"정치권 잡음 소식에 매번 강원도 국회의원이 등장하니 솔직히 조금 부끄럽습니다.(춘천 거주 30대 이모씨)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국민의힘 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맏형 격인 권성동 국회의원이 원내대표 직을 내려놨다. 지난 4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된지 정확히 5개월 만이다.
강릉을 고향이자 지역구로 둔 권 의원은 어린시절 강릉 외갓집에 놀러온 '소년 윤석열'과 방학을 함께 보내며 연을 맺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무대에 데뷔했을 때에는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권 의원의 경우처럼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면서 '강원도 정치인 전성시대'가 열렸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국민의힘 입당, 대선 과정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권 의원에 의해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정치인 중에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동해·태백·삼척·정선)이 있다. 이 의원은 대선 승리 이후 인수위 시절 당선인 총괄보좌역을 맡으며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
속초·인제·고성·양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양수 의원과 유상범 의원(홍천·횡성·영월·평창)도 상임위 여당 간사직 등의 중책을 맡으며 활약하고 있다.
영·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권력의 중심에 섰던 한국정치사에서 강원지역 정치인은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강원지역 주민들은 확실한 지역색과 압도적 인구를 기반으로 항상 정치권의 적극적인 표심 구애를 받았던 영호남과는 달리 강원도는 매번 소외, 발전이 뒤쳐졌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강원지역 정치인들이 승승장구 하면서 대기업이나 국책기관의 유치.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의 강원연장과 같은 교통인프라 확충, 40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오색케이블카 설치 등 관광 인프라 등 비약적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강릉중앙시장 내 식당에서 반주를 하며 권성동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뉴스를 보던 김모씨(73)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씨는 "그래도 나름 강원도에서 처음 나온 여당 대표(당대표 권한대행 겸직)인데 너무 빨리 해가 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니 어쩌니 하면서 규제로 가로막혀서 경상도, 전라도에 비해 강원도 발전이 얼마나 뒤쳐졌냐"며 "어쨌든 강원도 사람 입장에서는 권성동이나 이철규 같은 사람이 잘 나가야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강원권 정치인들이 좋지 않은 소식에 오르내리는 것을 불편해 하는 시각도 있었다. 특히 춘천이나 원주 등 영서지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같은 생각은 더욱 확고했다.
춘천에 거주하는 이모씨(31)는 "최근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이 불거졌을 때 권성동 의원의 '7급도 아닌 9급' 발언을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이준석 전 대표와 말싸움을 주고받으며 대립하는 이철규 의원의 모습도 강원도에 사는 젊은 사람으로서 보기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강원도 정치인들이 특정 세가 확실한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를 오래 하다보니 중앙정치에서 유연하지 못한 것 같다"며 "발언 한 번에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수도권 정치인들에 비해 메시지 전달력이나 이미지 메이킹이 확실히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중앙무대에서 활약하는 강원 정치인들을 보는 주민들은 지지정당과 상관없이 지역발전의 최적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최근 내홍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상당 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강원지역 정치인들이 단순히 권력 측근의 모습이 아닌 대중정치인의 역량을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