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조롱거리였던 은마아파트, 이번엔 다르다
2022.09.13 05:00
수정 : 2022.09.13 13:22기사원문
1999년 재건축사업을 시작하면서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수 차례 사업이 무산돼 23년째 답보 상태를 이어온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건축이 현실화되면서 드디어 결실의 때가 왔다는 전언이다.
'인고의 세월' 조롱거리 되기도
13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분과위원회를 열고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및 경관심의자문결과'를 반영한 보완사항 8개 항목을 조합 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조합에서는 모두 수용 가능하다며 반색하고 있어 향후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조합이 보완자료를 제출하고 내달 초 도계위에 서류를 접수하면 10월 중순에는 도계위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 온라인커뮤니티에는 '100년 후 서울 강남구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한장의 사진이 돌기도 했다. 사진에는 미래도시가 펼쳐진 가운데 은마아파트만 현재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최근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드디어 확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 형식의 페이지가 게시됐다. 게시물에는 드디어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확정했으며 조합원 설립후 80년만에 쾌거를 이루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재건축 확정기념 디너쇼에는 79세가 된 원로가수 아이유씨가 공연할 예정으로 해당 기사의 게재일이 2072년 6월17일로 표기돼 웃음을 자아냈다.
23년간 설움 이제는 벗는다
이 같은 설움은 이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사실상 본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7일 강남구청에 은마아파트 건축 배치 계획 및 공공 기여에 방점이 찍힌 자문 자항 총 8개를 통보했다. 이와 관련, 조합은 이번 지적 사항을 적극 보완해 바로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과거 서울시와 첨예하게 대립하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조합이 이처럼 빠른 행보를 보이는 건 이미 수차례 사업 지연을 겪은 바 있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사업을 시작한 이래 수차례 사업이 무산됐다.
2002년 7월 삼성물산과 LG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이후 안전진단에서 3차례나 탈락했다. 2012년에는 단지 내 도로와 사업추진방식을 놓고 주민 간 이견으로 정비계획안 처리가 무산됐고, 2017년에는 49층 재건축안이 서울시의 반대로 가로막혔다.
올초 서울시가 재건축 발목을 잡아왔던 이른바 '35층 룰 규제'를 없애기로 하면서 은마아파트가 첫 적용 대상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다.
다만 20년 이상 재건축사업 정체기를 겪으면서 현실적으로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기류가 강해 무리한 50층 보다는 기존 추진안을 보완하는 쪽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정희 은마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이번에 통보받은 8개 사항은 민감한 부분이 아니라서 수정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50층으로 진행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35층으로 최대한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