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직후 산재 사망사고 증가... 정부, 고위험사업장'안전 당부'

#1. 추석연휴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50대 하청노동자 A씨가 철강제품과 차량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A씨는 천장크레인을 이용해 환봉(단면이 둥글고 긴 철강 막대기)을 차량에 상차하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공장에서는 올해 5월에도 50대 노동자 1명이 강철 반제품에 부딪힌 후 넘어지면서 지게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 추석명절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던 이달 3일에는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 건립 공사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 B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B씨는 지하층 철골공사 중 철골보에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가 4.5m 높이에서 떨어졌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중 숨졌다. 이 현장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다. 계룡건설산업이 시공사다. 계룡건설산업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인 올해 3월과 7월에도 2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추석연휴가 끝난 각 공사장에 안전사고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명절 전후로 서둘러 작업을 하다 보면 끼임·부딪힘 등 안전사고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은 언어 차이 등으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해 안전교육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추석연휴 전후 10일간 사망사고자 수는 일평균 2.27명으로 그 외 기간(1.88명) 대비 20.7%(0.39명) 높다.

올해는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건설 공사현장에서 5명이 사망했다. 이는 통상 추석연휴 전에는 휴일을 보내기 위해 급히 작업을 마무리하거나 안전담당자의 휴가 등으로 안전조치가 소홀해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공사장은 안전조치가 부실해 사고 발생 위험이 더 크다.

연휴가 지난 후에는 연휴 기간 중지했던 기계를 정비·재가동하면서 끼임 등 사망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끼임·부딪힘 등 사고 위험이 높은 프레스, 크레인, 지게차 등 위험기계를 활용한 작업이 많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는 주의가 필요한 사업장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도 안전관리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데다 언어·문화 차이 등으로 사업장 내에서 안전보건 수칙을 제대로 인지하고 행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지난 5년간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 중 40%(504명 중 203명)가 경력 1개월 미만 근로자에게서 발생했다.

명절에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담당자 없이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명절 기간 공장을 계속해서 세울 수는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인 것이다.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안전교육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작업상황을 충실히 관리·감독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망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설비 청소 작업절차 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올해 6월 6000여명이 입국했다.

올해 말까지 매월 1만여명의 입국이 예정된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 예방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다국어 회화 기능과 외국인 근로자 교육용 안전·보건 자료가 있는 위기탈출 안전보건 앱을 제공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작업 전 충분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교육한 대로 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관리감독자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