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조문 외교
2022.09.12 19:05
수정 : 2022.09.12 19:05기사원문
박정희도 참석했는데 5·16 쿠데타 직후 자신을 초청해 준 케네디에 대한 답례였다. 당시 박정희의 신분은 제5대 대통령 당선인 겸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다. 박정희는 1967년 홀트 호주 총리 장례식에도 가서 조문했다. 베트남 파병국인 호주는 혈맹으로 통했고, 두 사람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 장례식에 직접 갔다. 두 정상은 식민지배를 통절히 반성한다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국장에 참석했다. 아버지 박정희와 리콴유의 사이는 각별했다. 리콴유는 덩샤오핑, 요시다 시게루와 함께 박정희를 아시아 3대 지도자로 꼽은 적이 있다. 박정희가 마지막으로 만난 외국 정상이 리콴유였다. 박근혜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인연이 있다. 리콴유가 떠난 지 닷새 만에 박정희는 암살당했다.
1989년 히로히토 일왕이 사망했을 때 부시 미국 대통령,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 163개국 사절이 모인 조문외교가 펼쳐졌었다. 다케시타 일본 총리는 40여명의 외국 대표를 만났다. 각국 사절도 주요 국제 이슈를 놓고 요담을 나누었다. 얼마 전 피격 당해 사망한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한국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에 참석한다. 최고 지도자들이 대거 집결하는 금세기 최대의 조문외교 마당이 될 것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