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조문 외교

      2022.09.12 19:05   수정 : 2022.09.12 19:05기사원문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는 일은 드물다. 장례의 주인공이 그만한 무게감이 있거나 특별한 친분이 있을 때에나 있는 일이다. 1963년 열린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은 각국 수반의 외교의 장이기도 했다.

뤼브케 서독 대통령, 드골 프랑스 대통령, 이케다 일본 총리, 흄 영국 총리 등 정상들의 물밑외교전이 벌어졌다.

박정희도 참석했는데 5·16 쿠데타 직후 자신을 초청해 준 케네디에 대한 답례였다.
당시 박정희의 신분은 제5대 대통령 당선인 겸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다. 박정희는 1967년 홀트 호주 총리 장례식에도 가서 조문했다. 베트남 파병국인 호주는 혈맹으로 통했고, 두 사람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 장례식에 직접 갔다. 두 정상은 식민지배를 통절히 반성한다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국장에 참석했다. 아버지 박정희와 리콴유의 사이는 각별했다. 리콴유는 덩샤오핑, 요시다 시게루와 함께 박정희를 아시아 3대 지도자로 꼽은 적이 있다. 박정희가 마지막으로 만난 외국 정상이 리콴유였다. 박근혜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인연이 있다. 리콴유가 떠난 지 닷새 만에 박정희는 암살당했다.

1989년 히로히토 일왕이 사망했을 때 부시 미국 대통령,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 163개국 사절이 모인 조문외교가 펼쳐졌었다. 다케시타 일본 총리는 40여명의 외국 대표를 만났다. 각국 사절도 주요 국제 이슈를 놓고 요담을 나누었다. 얼마 전 피격 당해 사망한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한국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에 참석한다.
최고 지도자들이 대거 집결하는 금세기 최대의 조문외교 마당이 될 것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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