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고 "알잘딱깔센"…'엄근진' 틀 깬 우리 회장님은 'MZ 열공중'
2022.09.17 05:00
수정 : 2022.09.17 05:00기사원문
'재드래곤' 떳다하면 셀카요청 세례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8·15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일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지난달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영진이 아닌 MZ세대 직원들에게 직접 차기 전략 제품 보고를 받으며 자유로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 부회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MZ세대 직원과 한명 한명 악수를 나눈 뒤 직원들에게 손소독제를 짜줬다. 또 어머니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보낸 여름 휴가 일화도 공개했다. 이후 이 부회장과 MZ세대 직원들은 △MZ세대의 관심사와 고민 △MZ세대가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 △혁신적 조직문화 확산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MZ세대와 소통에 적극 나선 것은 유연한 조직문화가 '뉴 삼성' 비전 달성에 있어 핵심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독일 등 유럽 출장 후 귀국 일성으로 "시장의 여러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알잘딱깔센' 신조어 쓰는 '토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월 SK텔레콤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 처음으로 사내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소통과 실행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을 영어 이름 '토니(Tony)'로 불러달라고 해 화제를 모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는 등 SNS를 통해 MZ세대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재계 총수 최초로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다. 9일에는 구독자 200만명 이상의 대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출연해 최 회장 특유의 직설적이면서 유쾌한 대답을 이어나가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기업가 정신 외에도 '재벌 총수도 라면을 먹느냐'는 개인적인 질문에 "각종 라면은 다 먹는다. 먹는 건 나랑 같을 텐데..."라며 호탕하게 웃어 눈길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리더의 핵심 요건인 소통과 공감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감 있고 소탈한 기업회장의 식견을 듣는 소중한 기회"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MZ세대의 신조어를 사용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2차 회의에서 "요새 유행하는 말로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이 있다. '알아서·잘·딱·깔끔하고·센스 있게' 잘 준비해 주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해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회장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탈권위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또 2019년부터 32년 간 이어온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애고 전세계 임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PC나 모바일 기기로 신년 메시지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LG는 직접 Z세대를 선발해 직접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LG전자는 올해 Z세대 대학생 16명으로 구성된 '디자인크루'를 구성했다. 지난달 23일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들은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서 디자인크루로부터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Z세대의 생각을 직접 듣고 그들이 제시하는 미래 컨셉 제품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해 화제를 모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재계 총수들의 파격 행보에 대해 "막 입사한 MZ세대의 마음을 사는 것이 고용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며 "최근 총수들의 리더십 변화는 사실상 MZ세대와 라포(친밀감,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최근의 파격 소통 행보는 MZ세대와의 스킨십을 높이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긴 하지만, 내실 없이 전시효과만 노린다면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