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이자에 허덕이는데 집값도 2년 전으로 뚝”… ‘영끌족’ 깊어진 한숨
2022.09.17 06:01
수정 : 2022.09.17 16:04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머리도 빠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벼락 거지가 되고 싶지 않아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해 집을 샀는데 이제는 다시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가 된 상황입니다.
영끌로 집 산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부담이 증가한 데다 일부 아파트 매매가가 2년 전으로 회귀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시장 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 급매 처분 후 지금보다 작은 평형으로 이사하거나 전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영끌족의 대출 상환 압박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화성시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전용면적 97.04㎡(30층)’는 13억1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는 지난해 7월 최고가(16억3000만원) 대비 3억2000만원 하락한 것이자 지난 2020년 7월 매매가와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전용 84.98㎡’의 경우 지난 3일 12억5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현재 2020년 하반기 수준으로 집값이 내려갔다.
서울 강북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자 부담에 영끌족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기인 상황”이라며 “자린고비처럼 알뜰하게 살림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집값이 더 하락하기 전 매매해 적은 이득이라도 챙기려는 사람이 있는 한편 이를 통해 전세 등으로 이사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특히 이들이 급매로 처분하면서 집값 하락을 유도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은행권의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상승하고 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 15일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2.96%로 전달(2.90%) 보다 0.06%포인트(p) 상승했다고 밝혔다.
코픽스는 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오르거나 내린다.
은행들은 지난 16일부터 변동금리 주담대에 바뀐 코픽스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는 우리은행의 경우 종전 연 5.24~6.04%에서 연 5.30~6.10%로, NH농협은행은 종전 연 4.44~5.54%에서 연 4.50~5.60%로, KB국민은행은 종전 연 4.50~5.90%에서 연 4.56~5.96%로 각각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 부담 등으로 매수세는 꺾인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0.2로 전주(80.9) 대비 0.7p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9년 6월 24일(78.7)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거래도 실종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41건으로, 전달(1078건)보다 437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6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은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현재 521건으로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추석 연휴로 매수 움직임이 줄어들고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와 매물가격의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