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IPO 대어' WCP 마저 흔들, 하반기 IPO 시장 '암흑'
2022.09.17 11:00
수정 : 2022.09.20 10:16기사원문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WCP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입찰에 응한 기관 중 대다수가 희망 공모가(8만~10만원)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1위 업체 주춤에 WCP도 수요예측 흔들
WCP는 2차전지 분리막 전문 기업이자 기업공개(IPO) '조(兆) 단위 대어'로 꼽혔다. 2016년 설립된 더블유씨피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2차전지 분리막 개발 및 생산 전문 기업으로 본사 및 공장 소재지는 충청북도 충주다. SK IET에 이은 국내 2차전지 분리막 생산 2위 업체다.
하지만 최근 SK IET의 주가가 계속 내림세를 보이면서 수요예측도 실패했다. 3개월 전만 해도 11만원에 육박했던 SK IET의 주가는 지난 16일 7만6200원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5조 4329억원까지 주저 앉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낸 데다 증시 전반이 침체된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총생산능력(CAPA) 격차를 고려하면 WCP의 적정 몸값을 SK IET의 3분의 1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WCP는 공모가를 희망 수준 대비 최대 36%, 하단 대비 20% 낮은 낮은 6만4000원으로 사실상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기존의 2조7208억~3조4009억원에서 2조원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3조원대 몸값에서 1조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수요예측이 처참했던 것은 WCP가 2022~2024년 추정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WCP는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022년에 903억원, 2023년에 1254억원, 2024년에 2284억원을 나타낼 것이라고 가정하고 적정 몸값을 매겼다.
미래 영업이익 성장세를 전제하고 기업 가치를 산정한 것이다. 시중 금리가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는 국면이라면 이처럼 미래 실적을 반영한 공모가의 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소식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모회사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16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더블유스코프는 전 거래일보다 16.78% 떨어진 2479엔에 거래를 마쳤다. 모회사는 더블유스코프(W-Scope)로 WPC의 지분 46.02%를 갖고 있다. 더블유스코프 주가는 지난 7월말 WPC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우상향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 마감되는 지난 15일에는 장중 3175엔까지 찍었으나 2.3% 오른 2979엔에 마감했다.
■하반기 IPO도 위축
이처럼 IPO 대어들이 하나둘씩 흥행에 실패하면서 하반기 IPO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그동안 공모주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반도체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2차전지 관련 기업 등 마저 주춤하면서 상장 준비 기업들은 분위기가 어둡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 등으로 공모주 투자심리가 싸늘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란 설명이다.
지난 16일 일반청약을 마친 KB스타리츠의 경쟁률도 2대 1에 그쳤다. 청약 건수는 약 3만4000건으로 청약증거금은 약 550억원이 모였다. 2020년 8월 상장한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앞서 진행한 KB스타리츠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26.19 대 1에 그쳤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도 15~16일 일반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78 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서 44.3 대 1의 경쟁률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이 일반청약 경쟁률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오픈엣지는 국내 유일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다. 국내외 반도체 팹리스 회사와 디자인 하우스 등 30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좋지 못하다. 실제 쏘카의 경우 전일 종가가 2만800원으로 상장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공모가(2만8000원)는 물론 2만원대를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는 물론 미국 증시도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서 “IPO 시장의 침체가 쉽사리 끝날 것이라고 낙관하긴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