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는 삼성전자 '줍줍'… 서학개미는 인버스 '베팅'

      2022.09.18 18:08   수정 : 2022.09.18 18:08기사원문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선을 위협하면서 '슈퍼달러'가 현실화되자 개인투자자(개미)들이 투자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동학개미들은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이자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추가로 담은 반면, 서학개미들은 뉴욕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동학개미, 삼성전자 저가 매수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학개미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삼성전자를 총 1조41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같은 기간 팔아치운 물량(1조1377억원)을 모두 받아냈다. 동학개미들은 두산에너빌리티(3199억원), 한국항공우주(2024억원), 카카오(1556억원), NAVER(1477억원) 등도 사들였다.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를 대거 담은 것은 저가 매수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16일 삼성전자가 장중 52주 신저가(5만5500원)까지 추락하자 이 날만 1074억원어치를 매입하면서 주가를 반등시켰다.

환율 급등 수혜주로 조선과 자동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꼽히고 있지만 오히려 동학개미들은 주가 하락 타격이 가장 큰 삼성전자를 대거 담은 것이다. 당분간 새로운 주식을 사거나 주식을 빼기보다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켜보면서 주가가 많이 빠진 삼성전자를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산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금은 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내년엔 금리도 떨어질 것 같고 반도체 업황도 나아질 것으로 판단해 매수했다"면서 "현대차도 달러 강세 수혜주로 꼽히고 있지만 어차피 외국인 수급이 안 좋은 상황에서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중심의 업종 중에서도 고환율의 수혜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 위주로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5년 대비 올해 대미 수출비중이 크게 늘어난 업종은 자동차부품, 2차전지, 철강 관련주 등이다. 자동차부품의 지난 5년간 대중,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10.9%, 27.4%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5.7%, 34.7%로 바뀌었다. 2차전지 업종도 대미 수출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미 수출 비중이 커 환율 상승 효과를 톡톡히 받을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부품, 2차전지, 철강판 및 철강선, 건설·광산기계, 농기계 등이 대표 업종"이라고 소개했다.

■환율 변동성보다 숨고르기 필요

서학개미는 같은 기간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를 총 1억3198만달러(1834억원) 사들이며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 1억2829만달러(1783억원), 엔비디아 4201만달러(584억원),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QQQ ETF' 2387만달러(331억원) 순이다.

특히 이달 9~16일 뉴욕증시가 급락할 때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QQQ ETF'를 5106만달러(709억원)어치 사들였다.

서학개미들이 'QQQ'를 대거 사들인 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는 반등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4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SQQQ'를 대거 담았다.

나스닥100지수를 역방향으로 3배 수익을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QQQ'는 'SQQQ'로 불린다. 나스닥100지수가 1% 하락하면 3%의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이처럼 개미들이 국·내외 장에서 고환율 관련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에 기대어 막대한 단기 수익을 노리고 포트폴리오에 크게 변화를 주기보다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에서 전반적으로 침체가 두드러질 수 있는 만큼 투자 자체를 쉬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전략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팀장은 "킹달러 시대를 맞아 수출주의 수혜가 기대되지만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등 전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며 "차라리 투자를 쉬고 관망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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