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경기' 볼 때 멍때리던 그 자세로~"…한강 바람 쐬며 늦더위 피해
2022.09.18 18:34
수정 : 2022.09.18 18:42기사원문
(서울=뉴스1) 조현기 박재하 기자 = "한화 경기 본다는 자세로 멍때렸죠."
18일 오후 한강 잠수교 위에서 90분 동안 멍 때리면서 '2022 한강 멍때리기대회' 우승을 확정지은 김명엽씨가 비결을 묻는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만에 재개된 대회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참가한 김씨는 "응원하는 팀이 가질 수 없는 등수를 받은 것 같다"면서 "그걸로 만족한다"고 재치있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특히 "한화 경기를 보면 자동으로 멍을 때리게 되고 이렇게 10년을 했다"며 "그냥 한화 경기를 본다는 생각으로 멍 때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멍때리기 대회는 90분 동안 어떤 행동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승자는 심박수와 현장 시민투표를 함께 평가해 가린다. 김씨는 참가자 중에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를 기록해 우승자로 선발되게 됐다.
이날 대회에는 배우 엄현경씨 등을 비롯해 총 50팀 75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 김모씨(23·여)는 "크러쉬가 하는 거 보고 이런 대회도 있나 싶어서 옛날부터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번에 다시 열린다고 해서 바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때리기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행사도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며 "멍 때리기 경력이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아서 수상은 못했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방긋 웃었다.
멍때리기 대회가 열린 잠수교 위에는 푸드트럭들이 도로 양쪽 끝을 가득 메웠다. 푸드트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구매한 이지연씨(45·여)는 "생각보다 날씨가 더워서 안 마실 수 없었다"며 "요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 옷을 가져왔는데 더워서 바람막이 못 입겠다"고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특히 평년보다 더운 날씨로 분수, 하천 등 물가 근처 혹은 그늘진 곳으로 시민들이 많이 몰렸다. 14호 태풍 난마돌이 끌어올린 덥고 습한 공기로 인해 수도권지역에는 며칠째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서울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2도에 육박했다.
반포대교 남단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한강을 바라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가 점점 지고 그늘이 길어질수록 반포한강공원에는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후 5시30분쯤 친구들과 돗자리와 음식을 들고 자리를 찾는 중이었던 대학생 임모씨(24·여)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다.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찬 것 같아서 그냥 잔디밭 쪽에 앉아야 할 것 같다"며 "날씨가 점점 좋아져서 사람들 더 올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강공원 뿐만 아니라 청계천, 석촌호수 등 서울 도심 곳곳에도 주말 나들이 인파들이 몰렸다. 청계천 광통교 아래 앉아있던 김모씨는 "태풍이 온다더니 날씨가 좀 습하고 더운 것 같다"며 "그래도 여기 다리 아래 그늘로 들어오니 시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 석촌호수 일대에서는 '야호 페스티벌(Young Artists’ HOsu Festival)'의 일환으로 플라이보드쇼가 열렸다. 보드 위에 올라탄 선수들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으면서 아찔한 묘기를 다양하게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