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공기방울 만들어 깊은 곳까지 본다
2022.09.19 07:30
수정 : 2022.09.19 07: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장진호·황재윤 교수팀이 기존 공초점 현미경보다 최대 6배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초음파 조직 투명화 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9일 말했다. 이 기술은 보고자 하는 생체조직에 초음파를 쬐었을때 일시적으로 공기방울이 생기면서 빛이 조직내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이 실험쥐의 뇌조직과 피부암을 들여다 본 결과,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공초점 현미경보다 더 깊이, 더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장진호 교수는 "이번에 확보한 기술은 향후 다양한 광영상과 광치료 기술에 적용해 보다 깊은 곳까지 치료하거나 관찰할는 등 활용분야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빛을 이용해 생체조직의 내부를 들여다 보거나 빛으로 치료하는 기술은 많은 생명과학 연구와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생체조직에 빛을 쬐더라도 그 빛이 투과할 수 있는 깊이는 매우 낮다. 생체조직 깊은 곳까지 빛이 제대로 모이지 않고 흩어져 들여다 볼 수 없다. 또한 깊은 부위를 빛으로 치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장진호 교수팀은 지난 2017년 초음파로 만든 공기방울을 활용해 빛이 더 깊이 들어가는 기술을 개발했었다. 초음파를 생체조직에 쬐었을 때 일시적으로 매우 작은 공기방울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기방울들은 빛이 흩어지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이번엔 장진호·황재윤 교수팀이 공기방울로 광 영상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
공초점 형광 현미경은 쬔 빛의 초점면에서 발생하는 형광 신호를 선택적으로 검출해 암세포와 같은 미세조직 구조정보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제공해주는 기기다. 암, 뇌 조직검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생명과학 연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생체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광의 산란에 의해 백 마이크로미터를 초과하는 깊이에서는 광 초점이 흐려져 활용분야와 효용성에 있어 극히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초음파를 이용해 생체조직 내부에 공기방울들이 촘촘하게 밀도 90%이상 채워져 있는 공기방울층을 원하는 영역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만들어진 공기방울을 영상을 얻는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실험쥐의 뇌조직과 피부암 조직을 이용해 이 기술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즉, 초음파 영상에 쓰이는 수준의 낮은 에너지를 갖는 고강도 펄스 초음파를 쬐었을 때 생기는 공기방울층에서는 빛의 진행방향에 왜곡이 없어 더 깊은 생체조직 내에도 빛이 한곳에 모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기술을 공초점 형광 현미경에 적용해 기존 대비 6배 이상의 깊숙한 조직의 영상까지 얻을 수 있는 초음파 조직 투명화 기술을 적용한 현미경(US-OCM)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뿐만아니라 초음파 조직 투명화 현미경이 초음파를 멈추면 생성됐던 공기방울들이 사라지고, 생체조직에 어떠한 손상도 일어나지 않아 생체에 무해하다는 것도 밝혀냈다.
한편, 장진호·황재윤 교수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광학 분야의 가장 저명한 글로벌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지난 5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