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에 고병원성 AI까지…'밥상 물가' 겁난다

      2022.09.20 05:00   수정 : 2022.09.20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이 고개를 들면서 가뜩이나 고물가인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축질병으로 인해 살처분이 확산되면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최근 배추, 무 등 농산물 가격 상승세에 힘든 서민들은 축산물까지 올라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춘천서 ASF 발생, 7천여마리 살처분…'金겹살' 될라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9일 강원 춘천시 소재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내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당시 강원 양구군에 있는 농가에서 ASF가 발생해 돼지 5600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번에 발생한 농장은 돼지 약 7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중수본은 ASF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이들 돼지를 전부 살처분할 방침이다.

또 이날 오전 2시부터 24시간 동안 강원도(철원 제외)의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관련 축산시설 등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령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ASF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ASF가 농가에 퍼질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급상승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9년 ASF가 양돈 농가에 번지면서 같은해 9월 삼겹살 소매가격은 kg당 2만560원으로 전월 대비 8.7% 상승해 '금(金)겹살'로 불린 바 있다.

다만 중수본은 "올해 6월1일 기준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는 1117만마리"라며 "이번에 ASF가 발생한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전체의 0.06% 수준으로 돼지고기 공급에 영향은 없을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유럽·美서 고병원성 AI 유행…'에그플레이션' 우려
AI도 정부 애를 태우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AI 발생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AI 균은 해외에서 국내에 들어온 겨울 철새가 옮긴다.

올해 1~8월 해외 A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4% 증가한 5355건이 발생했다. 특히 시베리아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겨울 철새와 교차 감염되는 유럽의 경우 AI 발생이 82.1% 증가했다. 여름철(6∼8월) 유럽의 야생조류 AI 발생도 6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미국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39개주 420건의 가금류에서 발생해 약 4100만마리를 살처분 했으며, 지금도 AI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은 지난 7월 중국 칭하이성의 야생조류(갈색머리갈매기)에서 AI가 검출됐다. 필리핀과 대만에서도 지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만약 올해 AI가 산란계 농가에 확산돼 대량으로 산란계를 살처분하면 계란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내에서 2020~2021년 겨울철 109곳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가금류 약 30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에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 판(30알) 가격이 1만원을 웃도는 등 가격이 무섭게 뛰었다. 살처분된 산란계 농장의 경우 병아리를 재입식할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재입식을 해도 4개월 이상 길러야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계란 수입까지 나서면서 지난해 8월 처음으로 5000원대로 내려왔지만 몇달간 '계란값도 못잡는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계란 값은 이달 16일 기준 6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AI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유입돼 산란계 농장에 퍼지면 최근 고물가 속에서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그플레이션이란 계란값 급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의미한다. 계란은 빵 등 다양한 식품조리에 사용돼 가격이 뛰면 전체적인 식품물가까지 끌어올린다.


정부는 철새에 의한 AI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겨울 철새가 본격 도래하는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AI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정해 방역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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