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석유·가스 업체에 횡재세 물리자"

      2022.09.21 03:16   수정 : 2022.09.21 03: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부자 나라들이 석유·가스 메이저들, 그리고 이들을 돕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에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가 폭등으로 "가계 예산은 쪼그라들고, 지구는 불타고 있지만" 에너지 메이저들은 "보조금과 불로 소득 수천억달러로 흥청망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진국들, 횡재세 물려라
유럽연합(EU)이 화석연료 업체들에 대규모 횡재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이 나왔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EU 각 회원국에 석유·가스 업체들의 초과 이윤에 대해 33% 세금, 이른바 횡재세를 물리자고 제안한 상태다.

영국은 연초 석유·가스업체들에 25% 횡재세를 물리고 이 돈으로 가계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횡재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안 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불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업체들의 활동을 대규모 세금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오늘 모든 선진국들이 화석연료 업체들에 횡재세를 부과토록 하자고 촉구한다"고 선언했다.

기후위기 충격 피해국들에 분배해야
구테흐스는 "(횡재세로 모이는) 자금은 두 가지 방향으로 재분배돼야 한다"면서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나라들, 치솟는 식량·에너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재분배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석달간 극심한 홍수 피해로 1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파키스탄 대홍수는 기후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농업국가 파키스탄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의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위기 충격을 엉뚱하게도 파키스탄이 감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도 올들어 홍수로 300여명이 사망했다.

구테흐스는 올 겨울 빈부격차 '폭발'과 생활비 위기로 시민들이 '분노'할 것이라면서 지구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불타고 있는 가운데 인류가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 등 조력자들에도 횡재세 물려야
그는 화석연료 업체들과 그 조력자들이 비용을 부담하게 해야 한다면서 그 조력자들에는 "탄소배출 산업에 투자하고, (자본조달) 주간사를 맡는 은행, 사모펀드, 펀드매니저들, 기타 금융기관들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석유·가스 메이저들은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가가 폭등하자 천문학적인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셸은 올들어 사상최고 순익 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1·4분기 90억달러로 사상최고 순익을 기록한데 이어 2·4분기에는 순익이 115억달러로 더 늘면서 사상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 석유메이저 엑손모빌도 2·4분기 순익이 179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1·4분기 순익의 배 가까이를 벌어들였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14년만에 최대 규모인 84억5000만달러 순익을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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