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김장하러 오지말래요" 배춧값 폭등에 '김치대란'
2022.09.22 05:00
수정 : 2022.09.22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평소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등 김치 반찬을 주로 만들어먹었던 김씨는 요즘 끼니때마다 메뉴 걱정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배추김치가 몇 포기 남지 않았는데 가격은 치솟고 그마저도 품절이라 최대한 아껴먹어야하기 때문이다. 파스타 같이 김치가 없어도 되는 메뉴를 만들어도 몇끼를 먹고나면 김치 생각이 간절해져 갑갑할 노릇이다.
#2. 매년 늦가을 친정에 모여 김장을 했던 정씨는 올해는 함께 김장을 하지말고 각자 해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배추가격이 너무 오르고 있어 예산을 종잡을 수 없는 통에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포장김치를 사먹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이마저도 고민스럽다. 정씨는 배추 대신 다른 재료를 활용한 김치를 만들어보려고 그나마 싼 채소들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배춧값 1년새 2.6배 폭등.. '김포족' 늘어난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올해는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인 김치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밥상 앞 불만도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김장재료 소비자 가격은 2017년 24만원에서 지난해 32만4000원으로 35% 상승했다. 올해는 김장재료 소비자 가격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각 농산물의 재배면적이 감소한데다 생육기 고온현상과 수확기 폭염·장마·태풍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1∼15일 배추 10㎏ 평균 도매가는 3만4644원으로, 1년 전(1만3354원)과 비교해 2.6배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포장김치의 수요가 폭증하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으며, 가격도 치솟고 있다. 김치가 '금치'가 된 상황에서 올 가을 김장철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일부에서는 아예 김장을 포기하기도 한다.
"고구마줄기로 김치 해먹을 판이예요"
올해 김장을 포기한 박씨는 "배추가격을 보고 가격이 내릴때마다 조금씩 해먹거나 사먹어야할 판"이라면서 "당장은 파김치나 고구마줄기 등 배추말고 다른 재료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울며겨자먹기로 김장을 해야하는 사람들은 예산을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박씨는 "10월 중순에 출하되는 배추를 10kg에 만원에 예약을 받는다고하는데 지금 이 가격에 예약을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김장철되면 배추가격이 떨어질 거 같으면서도 배추가격이 워낙 종잡을 수 없으니 이 가격이라도 해야하나 고민이다"고 말했다. 매년 부모님댁에서 김치를 공수해왔던 최씨는 "부모님과 통화할때마다 김장걱정하는 소리에 벌써부터 부담된다"면서 "올해는 김장비용으로 얼마를 드려야할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이달 말부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다음 달 상순부터는 평년 수준까지 배추 가격이 떨어지고 가을 배추가 출하되는 다음 달 중순부터 11월 초에는 김장철 배추 수급도 원활할 것으로 예상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