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후 다시 가본 경주, 호젓한 풍류와 멋을 발견했다

      2022.09.23 04:00   수정 : 2022.09.23 04:00기사원문
같은 책, 같은 곳도 시간이 지나 다시 읽고, 다시 가면 느낌이 달라진다. 기억의 풍화로 일부는 소실되기도 하고, 내 키와 사유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같은 것도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책 속의 문장은 항상 같지만, 추억 속 여행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함께 변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르는 가을 추천 여행지를 떠나보자.


■서울 한복판 경복궁, 청와대와 함께 볼까

경복궁은 추억과 어울린다. 전각 지붕에는 애틋한 사연이 내려앉고, 교복 대신 한복을 입은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마당을 채운다.
왕비가 거닐던 꽃담, 왕이 풍류를 즐기던 연못가에 궁의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근정전 박석에 지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듯한데, 담장을 돌아서면 따사로운 햇살과 미소가 창호에 스며든다. 궁은 서울로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들의 단골 방문지였다.

경복궁은 조선왕조 5대 궁궐 중 최초로 건립했다. 태조는 조선을 세운 뒤 고려의 도읍지 개경에서 한양(서울)으로 천도하고, 1395년 경복궁을 창건했다. 권위가 깃든 정궁이자 왕이 정사를 돌보던 법궁이며, 국가의 대사를 이곳에서 거행했다.

박석을 깐 근정전 마당에 서면 인왕산과 백악산(북악산)이 한눈에 담긴다. 궁중 연회를 베풀던 경회루는 1960년대에 스케이트장으로 쓰였다. 연못 앞 수정전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집현전이 있던 자리다. 왕비 숙소인 교태전, 대비의 거처인 자경전의 굴뚝도 보물로 사랑받는다. 향원정 너머 건청궁은 고종이 머물던 가옥으로, 국내에서 처음 전기가 들어왔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탔고, 흥선대원군이 중건을 주도했으나 일제강점기에 다시 훼손되는 시련을 겪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화요일 휴궁), 관람료는 어른 3000원이다.

경복궁 신무문을 지나면 청와대 정문과 연결된다. 청와대 본관 내부와 옛 관저, 녹지원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북악산 남측면 탐방로가 올봄 개방됐고, 한양도성 백악구간은 백악마루와 청운대를 거쳐 숙정문, 혜화문까지 이어진다. 윤동주 하숙집 터, 인왕산 수성동계곡이 있는 서촌 옥인길도 정겨운 휴식을 선사한다.


■수학여행 단골 명소 속초 설악산

강원 속초는 예나 지금이나 수학여행 명소로 통한다. 설악산을 품고 동해에 접한 고장이니, 수학여행에 이보다 맞춤한 곳을 찾기 힘들다. 속초 백미는 설악산 흔들바위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다녀온 수학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가슴속에 또렷이 각인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이 흘러도 흔들바위를 찾아가는 길이 여전히 설레는 이유다. 흔들바위는 설악산 자락에 터 잡은 계조암 앞 와우암 위에 있다. 100여명이 함께 식사할 만큼 넓어 식당암이라고도 하는 반석 끄트머리다. 공처럼 둥근 바위가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선 모습이 꽤 인상적인데, 흔들바위가 유명한 건 손만 대도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이 장면 때문이다. 인증샷 필수 코스임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닿는 권금성은 흔들바위만큼 수학여행에 대한 추억이 가득하다. 설악산성이라고도 부르는 권금성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해발 800m 부근 화채능선 정상부에 있다.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란한 이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아바이마을과 우리나라 최초의 해변 대관람차 속초아이도 있다. 속초해수욕장은 함께 찾아보기 좋은 곳이다.


■백제의 향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백제의 향기가 가득한 충남 공주에서도 추억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공주는 백제가 첫 도읍인 한성을 고구려에 뺏기고 옮겨 세운 두 번째 도읍이다. 옛 이름은 웅진이다. 공주 여러 곳에서 찬란한 백제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사적)이 대표적이다.

무령왕릉은 1971년 여름 송산리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공사 중,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삼국시대 왕의 무덤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정확히 알려진 곳이다.

문화재청의 영구 비공개 결정에 따라 전시관에서 무덤 구조와 유물 모형을 관람할 수 있다. 실제 유물은 가까운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국립공주박물관을 관람한 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공주 시내를 조망하며 공주 공산성을 걸어보자. 무령왕릉과 왕릉원, 공산성은 부여와 익산의 유적 6곳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됐다. 레트로 감성 넘치는 제민천과 원도심을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고, 계룡산 갑사와 동학사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속 수학여행지다.


■대한민국 수학여행 1번지,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대한민국 수학여행 1번지' 경북 경주를 빼놓을 수 없다. 수학여행 대표 코스 불국사부터 시작이다. 우뚝한 범영루를 중심으로 동쪽에 청운교와 백운교, 서쪽에 연화교와 칠보교가 자리한다. 수학여행 때 단체 사진을 찍던 청운교와 백운교는 지금도 불국사 인증 사진 명소다.

대웅전 뜰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탑이자 국보인 다보탑과 삼층석탑이 있다. 동쪽의 다보탑은 특수한 탑 형태를, 서쪽의 석가탑은 일반적인 형태를 취한다. 다보탑은 일제강점기에 사리와 사리장치가 사라졌고, 기단 돌계단 위에 있던 돌사자도 넷 중 하나만 남은 상태다. 석가탑에서 발굴된 유물은 2018년 개관한 불국사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불국사와 세트 코스인 석굴암 석굴은 토함산 중턱에 화강암으로 지어졌다.


신라의 천년 역사와 문화유산을 한눈에 보는 국립경주박물관도 빼놓지 말자. 금관총, 황남대총, 천마총에서 나온 국보·보물급 유물을 상당수 볼 수 있다. 신라 시대 고분군 대릉원에서는 내부 관람이 가능한 천마총과 거대한 쌍분인 황남대총이 포인트다.
선덕여왕 때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첨성대는 야경이 신비로운 관측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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