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로 써내려간 찬송가… 256m 화선지에 담은 삶의 기쁨
2022.09.26 18:01
수정 : 2022.09.26 18:01기사원문
석 화백은 지난 5월 기독교 새찬송가를 틀어놓고 텍스트를 보면서 필사를 시작했다.
전기기사였던 석 화백은 1984년 2만2900V 전기에 감전돼 두 팔을 잃었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그는 팔 없는 아빠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 철부지 아들 덕분에 새 삶을 선물 받았다. '수묵 크로키'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연 그는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시와 퍼포먼스는 2010년부터 꾸준히 해왔다. 미국, 프랑스를 포함해 개인전 46회, 제8회 취리히 아트페어 등 그룹전 270여회를 열었다. 퍼포먼스도 국내외에서 200여회 펼쳤다. 지난 7월에는 애스턴 마틴 DBX707 출시 행사를 겸한 패션쇼에서 '크로키 퍼포먼스'를 펼쳤고, 최근에는 가수 김호중의 전시회 '별의 노래' 참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석 화백은 지난 2015년 "환갑을 맞아 내 인생을 돌아보니 손 있어 산 30년보다 손 없이 산 30년이 행복했더라"며 "하나님께 보답하게 위해 남은 생애 성경 필사를 결심했었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그는 지난 2021년까지 6년7개월간 신약과 구약 성서를 필사했다. 이달 찬송가 필사를 마친 그는 현재 카톨릭 성가를 필사 중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또 무엇을 할까? 다시 성경이다. "성경 필사하면서 특별히 와 닿는 말씀을 따로 체크해뒀어요. 그 말씀을 소재로 나만의 그림을 그릴 계획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