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동원령 후폭풍
2022.09.26 18:32
수정 : 2022.09.26 18:32기사원문
푸틴도 당황한듯 지난 21일 부분적 '군 동원령'을 발동했다. 그가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대상으로 적시한 규모는 '예비군 등 군 경험자 30만명' 선이었다. 러시아가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이다.
후폭풍은 거셌다.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민의 해외탈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며칠째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모스크바에선 "우리는 (푸틴의) '총알받이'가 아니다"라는 시위대의 외침이 외신을 탔다. 수천명을 구금했음에도 시위가 멎지 않자 푸틴은 자국 병력이 자발적으로 항복 또는 전투거부 시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전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러시아군이 비장의 카드를 빼든 모양이다. 최근 서방의 무기와 병참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기세를 올리자 동부지역 전선에서 병사들의 후퇴나 탈영을 막기 위해 '독전대'를 배치한 것이다. 2차 대전 때 옛 소련의 스탈린도 독전대를 활용했었다. 1942년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독일군에 쫓겨 도망치는 병사를 독전대가 가차 없이 사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번 독전대도 러시아 병사들에겐 공포스럽겠지만, 그 효과는 비관적으로 비친다. 막강한 나치의 침략에 맞서 조국을 지키려 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 때와는 달리 우크라이나전은 명분 없는 침략전쟁인 탓이다. 전력은 우세한데도 전의를 잃은 러시아군을 보면 과거 고구려의 저항에 밀려 지리멸렬했던 '당나라 군대'가 생각날 정도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