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극우 성향 멜로니, 伊 최초 여성 총리 유력
2022.09.26 18:34
수정 : 2022.09.26 18:34기사원문
25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 '이탈리아형제들'(Fdl)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Fdl 조르자 멜로니 대표(45)의 총리 등극이 유력해졌다. 예상대로 선거가 마무리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계열,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날 이탈리아 공영방송사 라이는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 결과 우파 정당들이 결성한 연합의 득표율이 41~45%라고 추정했다. 이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40%)을 넘어서는 숫자다. 우파연합은 하원 400석 중 227∼257석, 상원 200석 중 111∼131석 등 양원에서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우파연합에는 3개 정당이 참여했다.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Fdl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가 손을 잡았다. 3개 정당 가운데 FI를 제외한 나머지 2곳은 우파 중에서도 극우에 가깝다. 정당별 득표율은 Fdl이 22∼26%, 동맹이 8.5∼12.5%, FI가 6∼8%를 기록했다.
우파 진영에 맞서는 좌파 계열의 민주당(PD)은 17∼21%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3당 연합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중도와 좌파를 오가는 오성운동(M5S)은 13.5∼17.5%로 정당 득표율 3위를 차지했으며 이번 선거에서 PD와 손을 잡지 않았다.
우파연합의 정당들은 지난 7월 27일 합의에서 3당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권을 갖기로 했다. 외신들은 득표율이 가장 높은 Fdl의 조르자 멜로디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멜로니는 이날 총선 승리를 선언하고 "Fdl은 모든 이탈리아인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5세의 미혼모인 멜로니는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며 우파 중에서도 극우에 가까운 성향을 보였다. 그는 이민자와 유럽연합(EU)에 반대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비난하는 행보를 보였다. 멜로니는 15세에 과거 이탈리아 독재자였던 베니토 무솔리니를 지지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가입했고, MSI가 해산된 뒤에도 Fdl을 창당해 잔존세력을 흡수했다. 멜로니는 2008년 당시 베를루스코니 정부에서 31세의 나이로 청년부 장관에 올라 최연소 장관 기록을 세웠으며 '강한 이탈리아'를 내세우며 인기를 끌었다.
Fdl은 지난 2018년 총선만 하더라도 득표율이 4%에 불과했으나 멜로니의 지휘에 따라 코로나19 방역에 반대하며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또한 지난해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의 거국 내각에서 유일하게 야당으로 남아 올해 마리오 내각 붕괴 이후 오히려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최근 범세계적인 물가상승 현상도 극우 진영에 힘을 실어줬다.
외신들은 멜로니가 총리에 오르면 가뜩이나 불안한 EU의 단합이 흔들린다고 내다봤다. 과거 EU 탈퇴를 주장했던 멜로니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극단적인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이전 정부와는 다른 태도를 취하길 원하지만, 그것이 EU를 파괴하고, EU를 탈퇴하는 등의 미친 짓을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크 라자르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이탈리아가 EU로부터 2026년까지 1915억유로(약 264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자금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이 기금을 빼앗길 여유가 없다"며 "멜로니가 EU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EU는 유럽에서 점차 세를 불리는 극우 정당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20.6%의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올랐다. 스웨덴 민주당은 2015년 유럽 난민 사태 당시 이민자 수용 반대를 외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앞서 프랑스에서도 지난 6월 총선 결과 우파 진영에서도 극우에 가까운 국민연합(RN)이 우파의 대표주자였던 공화당을 제치고 제1야당에 올랐다.
유럽의회에서 극우 성향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속한 군나르 벡 의원은 CNN을 통해 "유럽의 주요 강대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스웨덴까지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실패한 범유럽 정통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유럽 시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