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은행들, 신규 주택대출 중단...집 값,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폭락할 수도
2022.09.28 03:54
수정 : 2022.09.28 03:54기사원문
금융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영국 대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은행들이 신규 주택대출을 중단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영국 정부가 대대적인 감세, 이에따른 대규모 재정적자를 동반한 경기부양 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아예 신규 모기지 중단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버진머니, 스킵턴빌딩소사이어티 등 영국 최대 모기지 업체 일부가 신규 주택대출을 중단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로이드은행그룹 산하의 영국 최대 모기지 업체 핼리팩스 역시 브로커들에게 일부 신규 모기지 중단을 통보했다.
영 국채 수익률 폭등
대형 모기지 업체들이 신규 모기지를 중단하고 나선 것은 모기지 금리를 책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3일 크와시 콰틍 재무장관이 450억파운드 감세안을 발표한 뒤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은 폭등했다.
정부가 대대적인 길트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길트 수요가 급감했고, 이에따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
모기지 브로커 존 차콜의 레이 불저 애널리스트는 주요 모기지 업체들이 신규 모기지 발행을 중단하고, 모기지 시장에서 가격도 다시 정해지는 지금의 흐름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불저는 "길트 수익률이 급등했다는 것은 모기지 업체들 역시 모기지 가격을 매우 큰 폭으로 재조정해야 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에는 금리가 5%를 밑도는 모기지는 구경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아직 신규 주택대출을 진행 중인 곳들도 27일 중으로는 다 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시장 급격한 조정 우려
이코노미스트들은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모기지 시장이 혼란에 빠져들면서 영국 집 값 조정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위셔트는 콰틍 장관의 이례적인 재정정책 발표로 영국 주택 시장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콰틍의 경기부양책 발표 전만 해도 영국은행(BOE) 기준금리가 지금의 2.25%에서 4%로 올라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모기지 금리는 5%로 예상했지만 이는 벌써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위셔트는 이전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주택 가격이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그러나 그 바탕이 되는 기준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면 주택 가격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날 BOE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강력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3월 영국 기준금리가 6.2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셔트는 주택가격이 금융위기 당시 낙폭과 비슷한 명목 기준 7%, 실질 기준 20%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모기지 금리가 6.6% 수준으로 뛰면 가계의 주택구입 능력은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이에따라 주택 가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비관했다.
그는 이 경우 주택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 기준으로 20%, 실질기준으로는 35%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