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빼앗은 우크라 땅에서 합병 투표 마쳐...이달 공식 발표
2022.09.28 10:49
수정 : 2022.09.28 10: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게서 빼앗은 영토의 병합 주민투표를 마쳤다고 밝혔다. 우크라 정부는 러시아의 투표가 “코미디”라고 비난했으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번 투표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우크라 내부의 러시아 점령지 선거관리위원회 4곳은 잇따라 투표 종료를 알렸다.
러시아는 이번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빼앗은 지역들을 러시아 땅이라고 우긴 다음 우크라군이 공격하면 우크라가 러시아를 침공한다며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매체들은 러시아가 자국 방어를 구실로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2014년 3월에도 특수부대 등을 이용해 크름반도 주요 지역을 장악한 다음 우크라 정부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주민투표로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당시 찬성률은 97%에 달했으며 투표 이후 러시아 의회 비준까지 약 1주일이 걸렸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이번에도 같은 수법을 쓴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하원이 오는 28일 의회에 병합 법안을 발의·의결하고, 29일 상원에서 채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합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국방부는 푸틴이 이달 30일 의회 연설에서 점령지 병합을 발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돈바스(DPR 및 LPR을 포함한 동부), 하르키우주 내에 점령된 지역, 크름반도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점령된 영토에서 벌어지는 이 코미디는 가짜 주민투표로도 불릴 수 없을 정도"라며 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 세계인의 눈앞에서 '주민투표'라고 불리는 웃음거리를 연출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기관총 위협을 받으면서 TV 방송화면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투표용지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같은날 안보리 화상 연설에서도 러시아를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가 가짜 투표를 '정상'으로 인정해 소위 크름반도 시나리오를 시행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려는 또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은 현재 러시아 대통령과 더는 대화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차지하거나 병합하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영토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짜 주민투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가짜 주민투표의 결과를 미리 정해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만약 이러한 투표 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