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래식, 스톡홀름을 홀리다

      2022.09.30 21:35   수정 : 2022.10.01 00: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톡홀름(스웨덴)=박소현 기자】 스웨덴의 가을 빛이 깊어지고 있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국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유럽 3개국 투어 첫 무대로 오스트리아가 아닌 북유럽의 중심, 스웨덴 스톡홀름을 선택했다. 지난 1926년부터 매년 12월 10일,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유서 깊은 스톡홀름 콘서트홀에 정치용 지휘자와 국립심포니가 대공연장을 꽉 채운 650여명의 관객 앞에 섰다.



이들이 처음 선사한 곡은 '더부산조'였다. '더부산조'는 국립심포니 초대 상주작곡가 김택수가 한국 전통음악 산조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재해석한 곡으로 이번 투어를 통해 유럽에서 초연됐다. 이번 투어에서 '더부산조'와 한국 가곡을 통해 한국의 멋을 알리는 동시에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K클래식'의 위상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다.

단상에 오른 지휘자의 손끝이 우리 가락 고유의 꺾기와 선율을 그렸다. 바이올린 현을 뜯자 한국인 귀에 정겨운 가야금 소리가, 트럼펫의 독주에서는 태평소,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손으로 두드리자 북과 장구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관현악 오케스트라 연주인데 한국 전통 국악을 듣고 있는 착각에 휩싸였다.

'더부산조'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난생 처음 'K클래식'을 마주하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연주는 웅장했지만 한국의 전통 가락은 역시 흥겨웠다. 스웨덴 관객들은 생소하고 난해한 음악을 눈을 반짝이며 듣다가 점점 매료됐다. '더부산조'가 끝나자 잠시의 정적 후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 가곡 무대가 뒤를 이었다.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성악가 3명이 무대에 번갈아 올랐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올해로 벌써 유럽 무대에 데뷔한 지 22년이 됐다. 옥색 고운 빛깔의 드레스를 입은 그가 송길자 작사, 임금수 작곡의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부르니 콘서트홀에 봄이 찾아왔다. 세계 오페라 극장의 주역인 테너 김재형은 이수인 작사, 작곡의 '내 마음의 강물'을,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전속 성악가로 활약한 베이스 박종민이 '그리운 친구여'를 콘서트홀을 가득 채울 정도의 파워풀한 성량으로 선보였다. 스웨덴어로 좋다는 의미의 "브라!", "브라보!" 찬사가 터져나왔다.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콘서트홀을 찾은 스웨덴 관객들은 '월드 클래스' 성악가 3인의 기량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방금 들린 그대 음성',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카탈로그의 노래' 등 오페라 갈라 무대와 듀엣곡도 선사했다.


2부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국립심포니의 진면목을 선보인 연주였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도 박수가 끊이지 않더니 마침내 교향곡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주 스웨덴 대한민국 대사관의 하태역 대사가 환영사에 이어 무대에 한번 더 올라 꽃다발을 선물했다. 이번 공연은 스웨덴에 북유럽 최초의 한국문화원 설립을 앞두고 대한민국 클래식의 진수와 수준 높은 한국 문화를 스웨덴에 과시하는 의미도 담았다. 이날 스웨덴 왕실 뿐만 아니라 로버트 리드베리 스웨덴 외교부 제2차관, 각국 대사가 참석해 이번 공연을 축하했다.

무대가 끝난 뒤 만난 스웨덴 관객에게 "당신의 베스트는 무엇이었냐"고 묻자 대다수가 "차이콥스키"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카타니아(61), 매츠(62) 부부는 "프로그램 구성, 성악가, 오케스트라 연주 등 모든 것이 월드 클래스였다"면서 "차이코프스키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 높은 연주에 깊이 감동받았고, 더부산조는 처음 만나보는 연주였는데 정말 흥미로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가곡이 좋았다는 평도 많았다. 재스웨덴 한국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야스민씨(26)는 "이태리 오페라보다 한국 가곡에서 한국어가 잘 들려서 더 좋았다"고 말했고, 마리아씨(21)와 그의 어머니도 "처음 듣는 한국 가곡이 신기했고 테너와 베이스가 정말 파워풀했다"고 말했다.

국립심포니는 스웨덴에 이어 내달 2일까지 헝가리, 오스트리아 관객을 만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