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자동차 OS 놓고 물 밑 대결"

      2022.10.02 03:49   수정 : 2022.10.02 13: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수 년 뒤에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에도 마치 스마트폰을 사는 것처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깔린 자동차를 살지, 아니면 애플 OS가 장착된 자동차를 살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이하 현지시간) 자동차 역시 스마트해지면서 OS가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앞으로 자동차용 안드로이드 OS가 깔린 차를 택할지, 아니면 애플의 자동차용 OS가 장착된 자동차를 구매할지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도 아니라면 자동차 회사들이 만든 '제네릭' OS 장착 자동차, 심지어 아마존 프라임의 OS가 장착된 차도 선택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리는 스마트폰
자동차는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거의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변모하고 있다.


WSJ은 휴대폰 산업 초기에 나타났던 역학들이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애플간 자동차 OS 경쟁은 지난 2년 모멘텀이 확대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버전 OS를 위해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자체 애플카를 준비 중인 애플도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확대를 진행 중이다.

자동차 업체들도 고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글 등과 협력하면서도 누가 OS 개발 주도권을 쥘지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직접 실리콘밸리와 접촉해 자체 OS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모바일 기기, 앞으로는 자동차도 포함
지금까지 모바일 기기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에 국한됐지만 앞으로는 모바일 기기 범주에 스마트 자동차도 포함될 전망이다.

OS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아직은 소비자들이 자동차에 어떤 OS가 들어가는지 관심이 없지만 점점 더 OS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들이 앞으로 자신에게 더 익숙한, 그러면서 기능이 더 많은 OS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를 선택하게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알게 모르게 자동차의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자동차 속도 등을 통제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가 정확하게 멈출 수 있도록 확실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주로 자동차 OS 경쟁이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합쳐진 이른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집중돼 있다.

내비게이션 지도부터 주행 중 영화 상영 같은 기능이다.

치고 나간 구글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은 카플레이 OS를 개발했다. 안드로이드나 iOS가 깔린 스마트폰을 미러링하는 시스템이다.

구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17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자동차)'를 발표했다.

자동차에 장착돼 빌트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직접 통제하는 OS다. 더 이상 스마트폰을 통한 미러링이 필요 없다.

마치 자동차에 안드로이드 태블릿 PC를 장착한 것 같은 수준이다. 구글은 자동차에 맞게 애플리케이션들도 개조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라이선스를 받아 구글 지도와 서비스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달리 속력, 배터리 상태, 냉난방 등 자동차 주행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취합할 수 있다.

그동안 각 자동차 업체가 활용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 블랙베리 등의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구글은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BMW, 르노-닛산-미쓰비시 3각 동맹, 제너럴모터스(GM) 산하 GMC와 쉐보레 등 10여개 자동차 브랜드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고급 전기차 업체 루시드그룹처럼 구글과 협력없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장착하는 업체들도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업데이트 노력 없이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카OS
애플은 아직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에 필적할 만한 자동차용 OS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 분야에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이미 자체 애플카 생산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자동차용 OS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인 카OS는 내놓지도 않았지만 애플은 지난 6월 아이폰을 미러링하는 카플레이 OS를 개발자회의에서 시연해 탁월한 성능을 이미 입증하기도 했다. 자동차 속력, RPM, 배터리 충전상태 등을 보여주고,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카OS'로 부르기도 한다.

애플은 차세대 카플레이 OS 출범 협력사를 선정해 발표한 상태다. 내년에 볼보, 포드, 혼다, 르노, 메르세데스 벤츠, 포르쉐 등에서 차세대 카플레이 OS가 장착된 모델들이 출시된다.

라이선스를 통한 이같은 협력 방식은 애플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애플은 그동안 자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배타적으로 사용해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자동차 산업에 깊숙이 침투하자 애플이 경쟁을 의식해 라이선스 형태로 일단 발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수적인 자동차 업계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안드로이드 자동차, 애플 자동차 경쟁은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BMW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이사크 트레프츠 오픈시너지 생산책임자는 "자동차 업계는 매우 보수적인 곳"이라면서 "누군가 "5년 안에 일어날 거야"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20년 뒤에나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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