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극기지, 여성 대원들 성추행 파문
2022.10.02 04:48
수정 : 2022.10.02 04:48기사원문
호주 남극 연구 기지에서 여성 대원들이 동료 남성 대원들로부터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CNN은 1일(이하 현지시간) 호주남극부문(AAD)의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호주 남극기지내에 성추행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남녀 성평등도가 높은 호주에서조차 남극 기지에서 여성 대원들이 심각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대원들은 남성 대원들로부터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요구 받거나 부적절한 성적 발언들을 들었다. 또 남성대원들이 여성대원들에게 외설적인 것들이나 포르노를 노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호주남극프로그램(AAP)의 여성 비중이 (특히 겨울에) 낮다"면서 "이로 인해 일부 여성들은 (남극기지) 문화를 '야수적'이고 (사람들을) '물건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아울러 어떤 대원들은 기지에 동성애자 혐오 문화가 퍼져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타즈매니아대 부교수 메레디스 내시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는 또 여성 탐험대원들이 "가능한 자신이 생리 중인 사실을 오랫동안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대원들은 생리 기간 "이를 감추기 위해 추가적인 심리적, 육체적 압박"을 견뎌야 했다.
심지어 여성 대원들은 공공장소에서 생리대를 갈아야 하기도 했고, 위생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호주 환경·수자원부 장관 타냐 필버섹은 호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너무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필버섹 장관은 성명에서 "이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그 어떤 작업장에서도 성추문이나 부적절한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필버섹은 환경부가 현재 보고서가 제안한 태스크포스 구성 등 대응방안을 적용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남극기지에서도 성추행 문제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은 한 달 전 보고서를 통해 미 남극 프로그램(USAP)에서 "성추행, 스토킹, 성폭행이 일어나고 있고, USAP 내에서 계속해서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