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6% 주는데 정부지원 적금 고작 4%… 취약층 우대 퇴색 [고삐풀린 금리, 요동치는 시장 (2)]

      2022.10.03 18:21   수정 : 2022.10.04 05:24기사원문
은행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경쟁력이 되레 떨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5대 은행의 근로장려금 적금 금리가 4~5.9% 수준으로 시중은행의 5~6%대 적금상품 금리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이 예·적금 상품 금리를 경쟁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취약계층을 위한 자산형성 상품 금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근로장려금 금리가 더 낮아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2%p 오른 지난 1년2개월여 동안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이 취급하는 근로장려금 적금의 금리는 최대 2.2%p 상승한 곳이 있는가 하면 전혀 오르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금리가 0.5%이던 초저금리 시대 3.7~4.85% 수준이었던 적금 금리는 현재 4~5.2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 농협은행의 'NH희망채움적금II'과 신한은행 '새희망적금' 금리가 각각 2.2%p, 1.8%p 올랐다. 우리은행 '우리희망드림적금' 금리는 그간 변화가 없었다. KB국민은행은 'KB국민행복적금' 금리를 지난 8월 처음으로 0.5%p 올렸다.

근로장려금 적금은 국내은행이 사회적 배려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우대금융상품 중 한 가지다. 근로장려금 수급자를 비롯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대상자, 북한이탈주민, 장애인연금·장애수당·장애아동수당 수급자결혼이민자, 기초연금수급자 등이 대상이다. 소득·재산 요건 등을 충족한 취약계층에게 다른 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로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실제 이들 상품은 2010년대 초반 당시 연 6% 이상 고금리를 내세우며 출시됐다.

■'취약계층 우대' 취지 못 살려

대상을 넓혀봐도 추이는 비슷하다. 취약계층 자립을 위한 적금 상품의 금리는 올 하반기 들어서야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이 반영된 일반 적금상품에 뒤처지는 '늑장 대응'인 것이다.

SC제일은행의 'SC행복적금', 우체국예금의 '우체국새출발자유적금' 등은 지난해 7월 대비 금리가 각각 0.95%p, 1.13%p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3개월 새 오름폭이 지난 11개월에 비해 2배 이상 컸다. 지난해 가장 높은 이율을 제공하던 제주은행 '새희망키움적금'은 지금도 6%에 금리가 멈춰 있다.

이 때문에 취약층 우대라는 근로장려금 적금 취지가 빛을 바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시중은행에서는 예금 금리 상단마저 5%를 넘어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신한은행은 한국야쿠르트와 제휴해 최고 연 11%의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플랫폼 적금(야쿠르트)'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비대면 계좌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저축은행의 비대면 수신상품에 경쟁이 밀리기도 한다.
직접 서류를 준비해 영업점에 방문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저축은행은 최근 공격적으로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지원 상품이 아니라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만든 은행 자체적인 상품"이라며 "금리 산정도 은행 자체적으로 진행을 하는데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함께 오르도록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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