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퍼스트 무버' 의지로 반도체 난국 넘는다
2022.10.05 18:18
수정 : 2022.10.05 18:18기사원문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나뉘는데 비메모리 분야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에 밀리고 있다. 올해 2·4분기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16.5%로 53.4%를 차지한 TSMC와 격차가 크다. 파운드리는 휴대폰이나 자율주행차 등 첨단산업 발전으로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986억달러에서 2025년 1456억달러로 연평균 1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반도체 업황 전망은 매우 좋지 않다. 경기불황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단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 분야가 심각하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재고도 점차 늘고 있다. 이미 다른 세계 메모리 업체들은 감산과 투자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설상가상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등 미·중 패권경쟁의 불똥이 우리에게 튀고 있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수출도 하는 삼성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첫째 수단은 기술력 증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술로 경쟁기업들을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수시로 임직원에게 강조하고 있다. 1.4나노미터 공정계획 발표는 세계를 리드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의지다.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아내는 이종집적 패키징 기술 등 신기술 개발계획도 마찬가지다.
둘째는 불황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 파운드리 분야의 비중 확대다. 삼성이 절반 넘는 점유율을 가진 TSMC를 추격하고자 파운드리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삼성은 이번에 생산혁신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주문을 받기 전에 생산하는 '셸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이 그 예다.
삼성과 SK가 이끄는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산업이다. 반도체가 타격을 입으면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잠시 한눈파는 사이 글로벌 경쟁기업들에 따라잡힐 수 있다. 삼성의 선도적 기술개척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러나 기업이 노력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은 경쟁국에 비해 부족했다. 규제완화와 반도체 인력 육성책 등이 최근 나왔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이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멍석을 잘 깔아주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