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부른 '무면허 킥보드'...오늘도 20만대가 달린다

      2022.10.07 05:00   수정 : 2022.10.0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위험천만하게 인도를 주행하는 전동 킥도드 때문에 깜짝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업주부 강모(60)씨는 전동 킥보드에 대한 기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강씨는 라디오를 들으며 동네를 걷는 취미가 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가 등장한 이후 취미 활동을 맘 편히 즐길 수 없게 됐다. 좋아하는 음악과 프로그램을 들으며 일상생활속에서 휴식의 기쁨을 찾는 강씨에게 보도나 도로 구분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거리를 질주하는 전동 킥보드는 '위험천만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닌다"며 "때로는 한 전동 킥보드에 두 명이 겹쳐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동 킥보드가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이 자주 목격된다.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의 무면허 전동 킥보드 운전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정부의 부실한 제도 운영과 관리·감독 부실 등으로 이 같은 불법 운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무면허로 킥보드를 운전한 청소년 2명이 횡단보도에 서 있는 고령의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하는 사고가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유명무실한 운전면허자동검증시스템


6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운전면허자동검증시스템'을 운영하는 전동 킥보드 플랫폼 업체 12곳 중 11곳이 운전면허 확인절차 없이 전동 킥보드를 대여해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이 면허 확인절차 없이 대여되는 전동 킥보드 수는 총 21만4734대다. 면허 인증도 받지 않은 '위험천만한' 전동 킥보드 수십만대가 '도로의 무법자'로 전락한 채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전면허자동검증시스템이란 원동기 대여자가 운전면허 소지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름과 생년월일, 면허번호 등 운전면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주는 시스템이다. 국토교통부와 도로교통안전공단, 경찰청 등이 원동기대여사업체에게 제공한다.

문제는 운전면허자동검증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전동 킥보드 플랫폼 업체가 7곳이나 더 있다는 데 있다. 즉 면허 확인절차 없이 이용 가능한 전동 킥보드 수는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도로를 달리는 전동 킥보드의 경우 어느정도 속도감이 있는 데다 철제로 제작된 만큼 만일 사람과 부딪힐 경우 심각한 상해를 입힐 수 있고, 심지어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다.

청소년들 교통사고 작년 하반기만 441건

도로교통법이 지난해 5월 개정되면서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와 같은 원동기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 만이 탑승할 수 있다.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에도 불구하고 운영 미숙으로 인해 미성년자의 위험한 불법 운전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장 의원실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7개월간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청소년의 불법행위가 총 7168건 적발됐다. 이중 교통사고가 총 441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495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령대별로는 13세 미만이 8건, 13~15세가 123건, 16~18세가 138건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8월 고교생 두 명이 운전면허도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심야에 도로를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전신 골절과 다발성 골절 등의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행법 상 전동 킥보드 대여업이 등록 의무 대상이 아닌 자유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업체를 관리·감독할 권한과 의무가 없는 게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장 의원은 "업체에 책임을 지우고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정부가 현장 단속을 강화해 업체들이 안전하고 올바른 전동 킥보드 이용·문화 확산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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