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투자하겠나"…레고랜드 ABCP發 채권시장 '불안불안'
2022.10.10 05:00
수정 : 2022.10.11 09:32기사원문
지자체가 신용보강한 유동화증권 잔액 1.3조원 ...투자 심리 위축
10일 KB증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동화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에 의한 유동화증권 잔액은 6월 말 기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보유 대출채권을 기초로 지난 2021년 11월 29일 ABCP를 발행했다. 레고랜드 개발사업으로 쓰이는 자금이었다.
그러나 2050억원 규모의 ABCP는 올해 9월 29일에 상환되지 못했다. 강원도는 기초자산의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 시 해당 ABCP의 상환재원 마련을 위해 유동화SPC(아이원제일차)에 대한 지급을 약속했으나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회생신청을 결정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회생신청은 지방채에 대한 신용도는 물론 유동화시장으로까지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에 따라 A1 등급이 부여된 유동화 증권이 C 등급 하향 이후 부도를 뜻하는 D까지 하향됐다"라며 "유동화 증권 신용보강 절차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안은 강원도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국한된 이벤트로 다른 지자체의 유동화 보유채권의 신용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지자체가 보증한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자들이 회피 반응을 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유동화증권의 차환발행이 안될 경우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 레고랜드 ABCP사태로 "지자체 신용=국가신용등급 논리 훼손"
강원도의 지급보증의무 포기 사태는 지방채의 신뢰를 흔드는 시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신용평가업계는 지자체의 신용도를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해왔으나 이번 강원 레고랜드 ABCP 사태로 지자체 신용도에 대한 재검토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한민국의 정부조직 구성 체계 및 관련 법령에 근거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를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해 왔다"면서 "이번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강원도의 지급금 지급의무 불이행 및 이에 따른 아이원제일차 발행 APCP 미상환이라는 일련의 사태는 이러한 판단근거를 훼손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자치 단체 산하 지방공기업의 경우 신용도 판단의 주요 기반이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에 연계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방공기업의 신용도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지방채에 대한 투심까지 위축될 가능성도 나온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지방채계(서울 및 지방도시철도공사 포함) 잔액은 7일 기준 28조6980억원 수준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채권 시장에서 지방채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지방채 투자도 전과 같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PF까지 불똥 …금융권 '긴장'
이번 레고랜드 ABCP 사태가 PF대출 유동화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투자심리 위축으로 번질 가능성도 대두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PF대출채권을 기초로 삼은 유동화증권 잔액은 7일 기준 50조4161억원에 달한다. 한신평은 이번 강원 레고랜드 ABCP와 관련 "PF 대출 유동화부문에서 발생했다"면서 "이번 여파로 여타 PF대출 유동화 조달 금리, 차환 등 조달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평했다.
문제는 이러한 PF유동화증권에 대해 증권사, 캐피탈사 등 이 신용보강, 지급보증으로 신용도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부동산 PF대출 유동화에서 자금조달 주체인 사업주(시행사)는 상환능력이 거의 없거나 그 신용도가 유동화를 통해 발행하고자 하는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사업주 고유의 신용위험 이외에도 해당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위험 및 시장위험 등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에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금융기관, 기업 등의 신용보강을 통해 차주의 신용위험 통제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국내 PF대출 유동화구조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자칫 채권시장 차환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PF에 신용보증을 한 증권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업계는 살얼음판이다.
레고랜드 ABCP 사태가 불거지기 전 이미 부동산PF 시장은 채권금리 급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PF 유동화 시장 차환 리스크가 더욱 부각된 셈이다. 특히 신평사들은 금융권 중에서도 증권사의 위험도가 여타 금융사 대비 높다고 보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대형 증권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져 비율은 35% 수준이고, 중소형사는 50%에 달한다.
이재우 한신평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했고 공사원가 및 조달비용 상승으로 IB사업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PF 고정이하 자산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 증권사보다 부동산금융 위험이 더 높다"고 전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