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월드컵경기장 맞먹는 규모… 폐플라스틱 연 25만t 되살린다

      2022.10.11 14:00   수정 : 2022.10.11 17: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권준호 기자】 "세 가지 재활용 기술을 연계해서 공장을 짓는 건 이곳이 처음입니다. 완공되면 연간 폐플라스틱 25만t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6일 방문한 SK 울산 콤플렉스(CLX·복합정유화학단지) 재활용 협력지구(클러스터)에서 만난 SK지오센트릭 박찬구 기술팀장은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이렇게 전했다.



클러스터 부지는 착공 전이라 황량했다. 박 팀장은 "폐플라스틱 25만t을 투입해 80~90%의 플라스틱을 다시 뽑아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내년 착공에 들어갈 폐플라스틱 공장 건설을 앞두고 최대한 많은 공간을 확보했다. 부지는 학교 운동장 수십 개를 합친 규모다. 해당 부지의 실제 면적은 21만5000㎡로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21만6712㎡)과 맞먹는다.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 내년 9월부터 2025년 하반기까지 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해중합, 열분해·후처리 등 세 가지 재활용 기술을 포함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고순도 PP추출은 폐플라스틱을 용매에 녹여 순수 PP만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PET 해중합 기술은 중합된 고분자를 해체해 원료 물질로 회귀하는 기술이며, 열분해·후처리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화학원료화하는 공정이다.

SK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기지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실현한다는 점에 주목된다. 사용한 플라스틱을 단순히 잘게 자르고 조립하는 기계적 재활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업계는 열분해 공정 등으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이후 원료 및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화학적 재활용을 한 단계 앞선 기술로 평가한다. 박 팀장은 "한 가지 예로 PP를 기계적 재활용하면 검은색 플라스틱이 나오지만 화학적 재활용을 하면 색도 바꿀 수 있다"며 "활용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PP와 PET 해중합 재활용 공장 건설을 위해 각각 글로벌 재활용 기업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SK지오센트릭이 인수한 캐나다 재활용 기업 '루프인더스트리'를 파트너로 지정했다. 박 팀장은 "PP의 경우 상업적 진행이 된 곳은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밖에 없다"며 "PET 해중합은 다수 있지만 루프인더스트리 기술이 제일 경쟁력 있다고 봤다"고 했다.

재활용 클러스터 조성과 별개로 SK이노베이션은 2027년까지 설비 전환 및 증설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해 친환경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재활용 클러스터 조성 금액까지 포함하면 약 5조원을 탄소중립 사업에 투자하는 셈이다. 현재는 SK 울산 CLX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처리시설 신설과 환경경영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등이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추진 방침은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내용 마련이나 관계기관, 조직과의 세부조율 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SK 재활용 클러스터가 가동되고 향후 확대되면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서울에서 발생한 하루 플라스틱 쓰레기량만 2300만t을 넘을 만큼 재처리 문제가 심각하다.


유재영 울산CLX 총괄은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에 에너지를 공급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탈탄소 에너지에 기반한 친환경 소재·리사이클 리딩 플랜트로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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