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케타민' 판매한 수의사...의료인 마약사범은 한 해 100명꼴

[파이낸셜뉴스] 마약류에 대한 접근이 쉽다는 점을 악용한 의료인 마약사범이 한 해 평균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 역시 최근 4년간 10만건에 달해 마약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료 목적' 마약 손댄 의사
12일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의료인은 지난 2017년 42명에서 지난해 156명으로 4배가량 크게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 말 기준 113명이 적발됐다.

이처럼 의료인 마약 범죄가 늘고 있지만 관련 판결은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A씨(37)는 평소 대마 구매 등을 목적으로 연락을 이어오던 B씨로부터 지난해 5월 '케타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동물 전신 마취제로 사용되는 케타민은 빠른 환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마약의 일종이다. A씨는 B씨로부터 50만원 상당을 건네받은 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병원을 운영하며 보관 중이었던 케타민 가운데 20ml 상당을 병원 우편함에 숨겨두고 해당 위치를 B씨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케타민을 판매했다.

이외에도 A씨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B씨로부터 '대마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텔레그램상에서 마약류 판매책 C씨와 접촉해 40만원을 송금, 던지기 수법으로 구한 대마 2g 상당을 B씨에게 건넨 혐의도 받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지난달 27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의사로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는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이용해 케타민을 매도하기까지 했는 바, 취급한 마약류의 양이 적지 않아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에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셀프 처방' 의심 사례도 4년간 10만건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해 의사가 의료용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역시 잇따르고 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에 보고된 의료용 마약류 조제·투약 보고 중 처방 의사와 환자의 이름 및 출생 연도가 동일하게 보고된 사례는 2018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만5601건에 달했다.

최 의원은 "의사들의 마약류 불법 투약 및 오남용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식약처는 셀프 처방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의사 본인 및 가족에도 마약류 처방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인의 마약류 상습 투약 및 오남용은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에도 셀프 처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e-mail]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