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망쳐놓고.. 킹달러, 미국 물가만 잡았다

      2022.10.13 05:00   수정 : 2022.10.13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9월 물가상승(인플레이션)률이 전월에 이어 정체된다고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강달러 현상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강달러 현상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물가를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있으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한 당분간 추세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한국시간으로 13일 오후 9시 30분에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한다.

이번 통계는 오는 11월 1~2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인플레 속도 정체국면


미 경제매체 FX스트리트는 11일(현지시간) 주요 10개 은행들의 예측을 취합한 결과 9월 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8.1%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CPI는 지난 8월에 전월 대비 0.12%,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다. 9월 상승률은 전월 기준으로 더 오르겠지만 전년보다는 내려갈 전망이다.

CPI에서 가격 변화가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9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8월의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6.3%였다. 근원 CPI는 종합 CPI와 반대로 월간 상승 속도가 느려지는 반면 연간 상승률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지난달 급격한 유가 하락 때문에 종합 CPI 상승세가 꺾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근원 CPI가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서비스 소비 증가 및 임금 상승으로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물가 추세가 상품 가격 하락 때문에 아래로 기울었지만 서비스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 올린다고 분석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유가가 계속 내려가면서 식품 가격 상승세 역시 느려진다고 예상했다.

같은날 미 JP모간의 앤드류 타일러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11월 금리 결정이 9월 CPI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1~8.3% 수준이라면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5~2% 하락한다고 예상했다. 타일러는 상승률이 8.3%를 초과한다면 S&P500 지수가 최대 5% 급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이 촉발한 '강달러'.. 원자재값 떨어뜨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0일 골드만삭스의 투자보고서를 인용해 인플레 정체 원인중 하나가 강달러라고 진단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올해 들어 18% 뛰었다. 달러 가치는 올해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함께 오르고 있으며 연준이 11월에 4연속으로 0.75%p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덩달아 뛸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조셉 브릭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해외에 큰 파급효과를 주겠지만, 해외 경제의 느린 성장과 달러 가치 상승 또한 미국 경제 성장 및 인플레이션 속도를 크게 늦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미국의 물가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은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거나 원자재 거래 수단인 달러의 가치가 너무 올라 거래 자체가 줄어들면 내려간다.

연준이 올해 초 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중앙은행들 역시 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동시에 달러 가치도 급등했다.

브릭스는 "세계 경제 성장이 느려질수록 각국의 수요와 수입량, 유가가 모두 내려가며 그 결과 미국의 물가상승에도 다소 제동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달러 가치 상승으로 물건을 해외에서 보다 싸게 수입할 수 있다. 연준이 CPI보다 중요하게 보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브릭스는 "최근 달러 가치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이 0.5%p 낮아지고 근원 PCE 가격 지수 역시 0.3%p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국가들은 '죽을 맛'.. 글로벌 인플레 여전


문제는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물가만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신흥시장 국가들은 고금리를 노린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급격한 인플레이션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중국의 위안 가치는 달러당 7위안 선이 무너졌고 일본 엔 가치도 12일 기준 달러당 146엔에 이르면서 2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발표한 반기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률이 올해 3·4분기에 9.5%까지 올라 정점을 찍은 뒤 2023년에 6.5%, 2024년에 4.1%까지 내려간다고 예측했다. IMF는 에너지 및 식품 가격에 대한 충격이 커지면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식량과 에너지 분야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저지에 확고하게 중심을 둔 통화정책과 함께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시에 지금 인플레이션 상황이 "현재와 향후 번영에 가장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제가 올해 3.2%, 내년에 2.7% 성장한다고 예상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 상반기 전망과 같지만 내년 전망치는 기존 수치에서 0.2%p 하향된 숫자다.


고란차스는 "세계 최대 3개 경제, 미국, 중국,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이 계속 정체할 것"이라며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고, 많은 이가 2023년을 침체처럼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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