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자율주행로봇에게 커피 배달시켜보니

      2022.10.13 14:48   수정 : 2022.10.13 14:48기사원문
"신기하다. 이건 앞에서 찍어야 해.“
'뉴비'를 신기해 하며 작동원리를 묻던 민지홍씨(19)는 "편의점도 배달이 되는 줄도 몰랐지만 자율주행 로봇이 배달할 줄은 정말 몰랐다. 전면의 LED가 사람 눈 같아서 귀엽다"며 이같이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븐일레븐 방배역점에서 출발한 무인자율주행로봇 '뉴비'가 골목길에 나타나자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너나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세븐일레븐은 로봇을 활용한 근거리 배달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로봇 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한 실증 사업 일환이다. 세븐일레븐 방배점, 방배역점, 방배서리풀점 3곳에서 배달 주문을 할 때 뉴비 배달을 신청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대상 지역은 방배1동 반경 800m 이내다.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주문해놓고 방배역점에서 배송 지점까지 따라가봤다.

세븐일레븐 점원이 뉴비의 보냉박스 안에 물품을 넣고 뚜껑을 닫자 행인이 붐비는 골목길을 헤지며 목적지를 향해 갔다. 뉴비는 최대 25㎏까지 실을 수 있고 최고 속력은 초당 2m다. 빨리 걷는 사람의 주행 속도와 비슷하다. 경사로 등 평지 이동은 자유롭지만 계단을 넘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수는 없다. 실제 배송 지점은 주차방지턱이 높아 뉴비는 도로에서 멈춰섰다.

뉴비 제작사인 뉴빌리티 허찬미 매니저는 "이론적으로 바퀴지름 20㎝의 80%인 16㎝ 이하의 턱은 넘을 수 있다"면서도 "무리하게 턱을 넘는 것은 배송물품이 손상될 위험이 있어 주행할 때 턱이 낮은 곳을 찾아가도록 알고리즘이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비 뚜껑에는 QR코드가 있다. 배송 지점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링크가 열린다. 문자메시로 받은 두 자릿수의 번호를 입력했더니 뚜껑의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배송 과정에서의 혹시 모를 분실·도난 사고를 방지하지 위한 장치다. 뚜껑이 열리자 보냉박스 속 시원한 커피와 녹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제품을 꺼내고 뚜껑을 닫자 배송을 마쳤다는 내용의 문자가 도착했고 뉴비는 다시 세븐일레븐을 향해 돌아갔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가 뉴비 앞을 가로막았더니 '움찔'하고 멈춰섰다. 뉴비의 최고 장점은 가격이다. 대당 500만원대로 다른 무인자율 주행로봇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비결은 고가의 라이다(LiDAR) 센서를 카메라 기술로 대체한 것. 뉴비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과 다양한 센서 기술을 융합했다. GPS 기반의 위치 추적과 카메라·센서 기술 기반의 장애물 인식, 회피가 가능히다. 뉴빌리티는 복잡한 도심에서 눈, 비가 내리는 등 기상이 나쁠 때도 안정적으로 자율주행 배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인자율주행의 주요 기술로 손꼽히는 라이더 센서를 카메라로 대체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량 등이 갖고 있는 신속성은 느끼기 어려웠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충돌 위험은 없다”고 전했다.

뉴비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험도 들었다. 뉴비의 주행 과정에서 보행자가 뉴비를 피해가는 순간의 작동방식은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번 실증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으로 하는 ‘수요 맞춤형 서비스 로봇 개발·보급 사업’의 일환이다. 이번 사업에서 세븐일레븐과 뉴빌리티는 다수 점포에서 다수 로봇을 활용한 심화 배달 서비스 모델을 시험한다. 방배동은 배달 수요도 꾸준하면서 보행자, 오토바이, 차량 등으로 골목길이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도심이기 때문에 로봇 주행 환경을 시험할 최적의 거점 중 하나다.

뉴빌리티는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대학가와 골프장 등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내 국내 주요 골프장에 약 200여대 뉴비를 도입해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올해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스페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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