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국채매입 대거 확대...불안은 지속
2022.10.13 02:56
수정 : 2022.10.13 02:56기사원문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또 다시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다.
이날 오전 예정대로 14일에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국채 수익률이 폭등하자 다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리즈 트러스 행정부의 감세 고집과, BOE의 한시적인 시장 개입이 금융시장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 혼란을 완화하려면 크와시 콰틍 재무장관이 재정계획을 발표할 31일까지 국채 매입을 지속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BOE는 요지 부동이다.
감세가 영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만 부추겨 급격한 금리인상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경기부양 효과 대신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러스 총리가 감세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이후 최대 규모 개입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OE는 이날 영국 국채(길트) 44억파운드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 국채 수익률 폭등 속에 시장에 개입해 국채를 사들인 이후 하루 매입 규모로는 최대 수준이다. BOE는 앞서 10일에는 하루 최대 100억파운드 매입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BOE의 개입은 연기금의 '급매'를 막기 위한 조처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폭등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 연기금이 길트를 투매하기 시작하면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로 BOE가 국채 매입에 나섰다.
영국 국채는 지난달 트러스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뒤 재정적자 폭증 우려로 가격이 폭락하고, 수익률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감세안을 철회했지만 시장 불안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러스는 다시 입장을 바꿔 감세를 어떤 식으로든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국채수익률 0.71%p 폭등
길트 기준물인 30년만기 수익률은 폭등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주말 4.39%로 마감한 수익률이 이날 오전 5.1%까지 치솟았다.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사흘만에 0.71%p 폭등한 것이다.
BOE가 개입에 나서고 나서야 4.8%로 후퇴했다.
국채 수익률 변동폭이 확대되자 런던증권거래소(LSE)는 6일부터 대형 금융사들로 구성된 시장 조성자들에게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국채 가격 인용폭을 확대하라고 통보했다.
FT는 이같은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대개는 하루만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매입 연장 기대감에 찬물
BOE는 이날 오전 주요 은행들 경영진과 만나 예정대로 14일 국채 매입을 끝낸다는 점을 알렸다고 밝혔다.
한 대형은행 국채 트레이더는 "시장은 채권매입 프로그램 연장이 확실할 것으로 기대해왔다"면서 BOE가 시장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BOE가 우려하는 연기금의 매도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트레이더는 BOE가 국채 매입을 14일까지만 하겠다고 확실하게 못박은 터라 연기금 역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BOE가 시장을 지탱해 줄 것으로 믿었던 연기금내 낙관론자들이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으면서 연기금이 14일 이전에 보유 국채를 팔아 치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정지출 안 줄인다
트러스는 12일 의회 연설에서 정부 재정지출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430억파운드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를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러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확실하게 하고자 한다. 중기적으로 재정적자는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공공지출 감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재정을 더 잘 지출해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라보뱅크 채권전략가 리처드 맥과이어는 "이 모든 불확실성과 (정부의 감세안) 유턴은 시장 관점에서 악재"라고 평가했다.
맥과이어는 이어 정부뿐만 아니라 BOE까지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BOE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현재 정보 공백 상태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어떻게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