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위대함을 아는 전사들… 세상에 나쁜 고양이는 없다
2022.10.13 18:11
수정 : 2022.10.13 18:11기사원문
멀고 먼 우주 어딘가 인류를 능가하는 문명을 가진 고양이 행성 이야기인가 싶지만 자신들을 전사라고 부르는 용맹한 고양이들이 사는 곳은 우리가 사는 이 지구, 어느 숲속 호숫가다.
키 나무와 덤불 밑에 숨어 사냥하기를 좋아하는 천둥족, 탁 트인 초원에서 빠른 달리기 솜씨로 토끼를 사냥하는 바람족, 여느 고양이들과 달리 헤엄을 잘 치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강족, 그리고 침엽수가 빽빽이 자란 어두운 숲속에 사는 그림자족. 서로 다른 이름처럼 사는 방식도 좋아하는 먹이도 다른 고양이들은 숲속 호숫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배부르게 먹이를 얻고 그들이 두발쟁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방해 없이 안전하게 살며 종족을 지켜가기 위해 영역을 지키고 또 넓히려는 욕심 때문에 서로 갈등하고 경쟁한다.
하지만 이들은 오래전 두발쟁이들 때문에 처음의 고향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자 잠시 서로에 대한 경쟁을 잊고 힘을 모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고 지금의 호숫가를 찾아내 모두가 이주해 와서 새로운 터전을 만든 과거도 있다.
고양이들의 생존 본능에 따라 끝없는 경쟁으로 하나의 종족만 남고 모두 쫓아버리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이들에게는 언제나 네 종족이 존재해야 하며 싸우되 일부러 죽여서는 안 된다는 등 네 종족이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도록 이끌어주는 전사의 규약이 존재한다. 규약에 따라 고양이들은 새끼들과 어미 고양이들, 종족에게 봉사하는 삶을 산 늙은 고양이들을 보호하며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종족이라는 사회 체계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죽으면 하늘의 별족이 되어 생전에 자신이 속했던 종족을 지켜보며 도움을 준다.
종족 고양이들은 전사의 규약을 따르는 것을 명예롭고 당연한 일로 여기면서도 어려움이 닥치면 다른 종족에게 도움을 받은 기억은 다 잊고 다른 종족을 외면하며 자기 종족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지극히 본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천둥족 지도자 파이어스타는 언제나 네 종족이 호숫가에서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려 한다. 이런 태도 때문에 같은 종족 고양이들은 그에게 불만과 의심을 품기도 하고 다른 종족들은 그를 겁쟁이라거나 잘난 척 한다고 비난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떠돌이 고양이나 애완 고양이도 편견 없이 종족으로 받아들여 다른 종족들로부터 순수한 종족 고양이 혈통을 흐린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렇게 같은 종족에게서조차 의심 받을 때가 있지만 파이어스타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네 종족의 공존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고양이를 존중한다. 물론 파이어스타에게도 천둥족이 제일 우선이지만 다른 종족들과 공존하려는 신념은 언제나 네 종족이 있어야 한다는 전사의 규약을 지키는 데 가장 큰 힘이 되고 고양이 전사들의 세상이 유지시켜 준다.
다행히 이렇게 모든 종족의 고양이들이 호숫가에서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고양이는 파이어스타만이 아니다. 자신만을 지키려는 본능과 이웃도 생각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충돌하게 되고 그 갈등을 해결하려는 고양이와 이용하려는 고양이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네 종족 고양이들의 세상을 변화시키고 위협하고 지키고 이어간다.
네 종족의 공존을 꿈꾸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이런 마음가짐이 부족해서 지금의 많은 사회 문제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가 유발된다는 거창한 생각을 잠시 해 보기도 하지만, 굳이 대단한 교훈을 찾겠다는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고양이 전사들을 만나도 본능을 따르면서도 우리 사람들처럼 사랑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서로 경쟁자도 되고 원수도 되고 친구도 되는 고양이들의 연대기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현정 번역가·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