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영 재무 "세금 올리고, 지출 줄여야"...U턴 본격화
2022.10.16 03:58
수정 : 2022.10.16 03:58기사원문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리즈 트러스 총리의 법인세 감세안을 사실상 없던 일로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헌트 재무장관은 BBC, ITV 등 영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증세로 U턴
헌트는 14일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밀어붙이다 6주만에 낙마한 크와시 콰틍 전 장관을 대신해 영 재무부의 새 키를 잡은 뒤 곧바로 감세 백지화, 지출 감축 카드를 들고 나왔다.
FT는 헌트가 "트러스의 낮은 세금 경제 전략 최종분을 묻어버리고 "앞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들이" 남아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헌트는 BBC와 인터뷰에서 "세금은 사람들이 희망했던 것만큼 낮아지지 않을 것이고, 일부 세금은 올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건강시스템(NHS), 공공서비스 재정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세금까지 낮추려한다면 우리는 성장 역설을 해결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해 이 주제들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러스는 헌트에게 더 이상의 U턴은 없어야 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헌트는 이 지시는 따를 수 없다는 점을 이날 인터뷰에서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영국은 위기에 빠져 있으며, 재정지출 감축이 필요하다는 점에 관해 "국민들에게 완전히 솔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트는 정부 모든 부처에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트는 또 ITV와 인터뷰에서는 오는 31일 재무부가 공개할 중기 재정건전화 계획은 콰틍 전 장관이 발표했던 '미니' 예산안이 아니라 '완전 예산'에 "상당히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BOE 환영
헌트 발언이 나온 수 시간 뒤 앤드류 베일리 영국은행(BOE) 총재는 정부가 법인세율을 올리기로 U턴한 점을 환영했다.
베일리 총재는 법인세율 인상 등으로 정부 '재정정책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베일리는 "어제 제러미 헌트와 말을 나눴다"면서 대화 속에서 '안정성과 재정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일리는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보리스 존슨 전 정부 시절의 법인세 증세 방안으로 U턴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대폭 금리인상은 불가피
베일리는 그러나 정부 재정정책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중을 줄이는데 더 집중된다고 해도 BOE의 고강도 금리인상 대응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BOE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목표 달성을 위한 금리인상을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으로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려면 8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턴은 이제 시작
트러스 총리가 14일 헌트를 새 재무장관으로 임명한다며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공관에서 진행한 8분짜리 기자회견은 화를 키웠다.
콰틍을 날리고, 헌트를 꽂았지만 감세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고집을 부린 탓에 금융시장이 또 다시 출렁거렸다.
영국 국채인 길트는 14일 오후 트러스의 기습 8분 회견 충격으로 다시 매도세에 직면해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급등하기도 했다.
FT는 영국 정부가 17일 장이 열리면 또 다시 혼란이 닥칠 가능성이 높아 바싹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고위 정부 관리는 "리즈(트러스 총리) 발언은 확실히 불충분했다"면서 "앞으로 U턴이 더 늘고, 고통 역시 배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러스와 헌트의 증세, 재정긴축 방안이 아직은 충분치 않다면서 정부가 고삐를 더 죄고, 이에따라 고통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