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장관 "北 직접 도발시 추호의 망설임 없이 대응" 지침 하달

[파이낸셜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6일 오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 북한의 거듭된 군사 도발 상황과 관련해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관련 지침을 하달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이 장관은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도발과 위협에 대해서도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작전현장의 지휘관과 장병들이 북한의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의 직접적 도발이 발생할 경우 추호의 망설임 없이 자위권 차원의 단호한 초기대응을 시행하는 현장 작전종결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 장관은 또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고 있다"며 "또 우리 측의 정당한 사격훈련을 '고의적 도발책동'이라고 억지주장하면서 '9·19군사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최근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20일간 8차례에 걸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총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2발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 등 13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데다,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2발 발사했다.

북한은 또 같은 기간 중 전투기·폭격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공중무력시위도 3차례 벌였다.

특히 10월 13일 심야~14일엔 걸쳐 군용기 위협 비행 직후 새벽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오전·오후 각 2차례씩 총 4차례에 걸쳐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에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포함한 총 560발 이상의 대규모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이번 북한의 대규모 무력시위는 군용기·탄도미사일·방사포 및 포사격에 의한 '3중 도발'로도 평가된다.

이는 지난 2018년 '9·19합의'에 따라 남북한 접경수역에 설정한 사격이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진 명백하고 노골적인 합의 위반이다.

그러나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5일 '발표'를 통해 우리 측에 "무모한 도발을 중단하라"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쳤다.

대변인은 이번 '대응 시위사격'이 "전선지역에서 거듭되는 적들의 고의적인 도발 책동에 다시 한번 명백한 경고를 보내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처럼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합의를 패대기친 수준은 아니었지만, 지난 2019년 11월에도 창린도 방어부대의 해안포 사격, 2020년 5월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내 우리 군 감시초소(GP)를 향한 총격 등 9·19 합의를 위반한 바 있다.

북한이 전날인 14일 오후에도 동·서해에서 포병 사격을 한 것이 우리 군의 포사격에 대응한 것이라며 "10월 13일에 이어 14일에도 오전 9시45분경 아군 제5군단 전방지역인 남측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적들의 포사격 정황이 포착됐다"고도 했다.

'9·19합의'엔 남북한 모두 군사분계선(MDL)로부터 5㎞ 거리 내에선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주한미군은 13~14일 이틀간 MDL로부터 5㎞ 밖에 있는 강원도 철원 일대 사격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다연장로켓발사체계(MLRS) 사격연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북한은 자신들의 이례적 수준의 대대적인 포격 도발에 대해 우리 측에 9·19합의 위반과 책임을 전가하려는 특유의 억지스런 상투적인 주장을 펼치며, 도발 책임을 떠넘기고자 주한미군이 "정상적으로" 실시한 다연장로켓발사체계(MLRS) 사격연습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북한의 거듭된 군사적 도발 행위에 대해 "치밀한 계획"에 따른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평가하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 내 방사포 사격이 9·19 군사합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합의 준수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북 전통문을 발송했다.

[e-mail]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