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청정국이 어쩌다…마약 투약 후 살인 등 2차범죄 해마다 200여건
2022.10.18 05:00
수정 : 2022.10.18 05:00기사원문
마약 취한 채 운전대 잡고…폭행·강간도 서슴치 않아
1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투약 후 저지른 살인, 강간 등 2차 범죄는 230건에 달했다.
이중 교통범죄는 지난해 67건 발생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마약 투약 후 운전대를 잡을 경우 위험 운전으로 이어져 사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 주차한 자신의 차 안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뒤 동작구 사당동까지 마약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서울 동작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약물운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 수사를 진행했다.
마약 투약 후 폭행·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최근 4년간 각각 87건, 81건 발생했다.
실제 중국 국적의 남성 A(42)씨는 필로폰 투약 상태에서 마주친 행인의 머리 등을 도로 경계석으로 내리쳐 숨지게 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잘못을 뉘우치는 대신 '관세음보살이 시켜서 한 것'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6일 A씨에 대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외국인 마약사범 급증..태국 국적 2971명 '최다'
한편 외국인 마약사범 역시 지난 2017년 8887명에서 지난해 1만62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붙잡힌 마약사범 가운데 태국인 국적의 사범은 2971명(44.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 1613명(24.1%), 베트남 677명(10.1%)이 뒤를 이었다.
수사기관의 태국인 마약조직 검거는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충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유통조직의 총책과 조직원 등 국내에 불법체류 중인 태국인 40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라오스에서 필로폰을 포함한 다량의 마약류를 건강식품 등으로 위장해 국제우편을 거쳐 국내에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경찰청도 이달 11일 동료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마약을 유통한 태국인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태국 등 해외에서 밀반입한 5억원 상당의 태국산 마약 '야바'(YABA)를 같은 국적의 동료를 상대로 판매한 뒤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잇따르는 마약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범부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만희 의원은 "마약은 본인은 물론 지인과 가족,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할 뿐만 아니라 2차, 3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범죄"라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국민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경찰 등 관계당국은 범부처 협력체계를 구축해 마약류 범죄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